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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KBS'디지털 미술관' 세 여성 미술가의 예술과 생활

입력 | 2003-06-03 17:43:00

유현미 작 ‘드림 메트로’.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여성 미술작가들에게 마흔 살이란 어떤 의미일까. 작가 유현미는 “어느 날 아들과 함께 퍼즐놀이를 하다가 우연히 뒤집혀진 퍼즐에서 ‘현실의 한 조각’을 발견했다”며 ‘생활의 발견’을 말했다. 작가 강미선은 “같은 자리를 맴돌더라도 보고 만지고 느끼며 가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그들. 가정과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의무와 싸우면서 작가 정신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KBS 예술전문 다큐멘터리 ‘디지털 미술관’은 마흔이라는 나이로, 여자라는 이름으로 ‘같지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여성 작가 3명을 소개한다. 이들은 29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1,2전시실에서 ‘미완의 내러티브’ 전을 열고 있다. 방영은 4일 밤 10시 위성TV KBS코리아 및 15일 새벽 1시35분 KBS1.

염성순은 피를 토하듯 강렬한 색을 쓴다. 성격도 강단 있고 시원하다. “내 처지가 궁색하다”는 말도 웃으면서 한다. 반지하에 있는 그의 작업공간. 여름이면 물이 차고 곰팡이도 피지만 그는 냉장고와 부엌을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놓은 작업이 떳떳하다. 작업 공간이 모자라 바닥에서 작업하다보니 장판은 자연스레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그 장판은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다소 막막한 현실과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유현미는 자신이 ‘여성작가’가 아닌 ‘작가’로 인식되길 원한다. 남녀차별과 같은 사회적 현실이 아닌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이 작가를 강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반면 작가인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강미선은 차분하고 내면적으로 정돈된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선 그의 삶처럼 남녀가 만나는 지점이 찾아지는 것 같다.

디지털미술관을 연출한 류송희PD는 “작가에게 마흔 살이란 자기 나름의 색깔에서 발을 뺄 수 없으면서도 방황이 본격화하는 시기”라면서 “서로 다른 여성작가 3명의 서로 다른 생활과 예술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