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비밀송금 특검수사에 대해 여권이 조직적 방해에 나선 것 같아 보인다. 특검수사의 방향을 틀고 사법처리를 제한하려는 의도로 여겨지는 여권 인사들의 압력성 발언이나 성명이 최근 1주일 사이에 부쩍 잦아서다. 당초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을 수용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그 물꼬를 터 한층 의혹이 짙다.
마침내 민주당 의원 30명이 어제 연명으로 “최근 특검수사가 사법처리에 주력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실망과 우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의 성명까지 낸 것은 특검팀에 대한 명백한 정치테러다. 바로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게 이들의 집단의사표시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남북관계와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이상했다. 법조인 출신인 노 대통령이 특검수사에 한계를 긋는 게 월권임을 몰랐을 리 없는데도 공식행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특검팀에 일종의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가 특검수사를 사법테러라고 비난한 것도 그 직후였다.
특검수사가 아니라도 정치권이 수사 진행상황이나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물며 정치권이 제정한 법에 따라 임명된 독립적인 특검팀이 법의 범위 내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간섭하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무리한 사법처리’라는 주장은 초보적인 법상식에 반한다.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들은 ‘정상회담 혐의’나 ‘남북관계개선 혐의’가 아니라 업무상배임이나 직권남용이라는 형법상의 범죄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단 2명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특정인사에 대한 조사나 사법처리를 차단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 특검팀은 동요할 이유가 없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드러난 대로 벌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