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뿌리가 아닌 잎에서 함암 효과가 있는 강력한 면역 증강 물질이 발견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천준(千駿) 교수와 고려대 생명공학원 박세호(朴世鎬) 교수 등은 인삼 잎에서 추출한 ‘MB-40’이란 다당체(多糖體·당 분자가 여러 개 붙어있는 물질)의 강력한 항암 효과를 쥐 400여마리에 대한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지금껏 인삼 뿌리에서 면역을 증강시키는 몇 가지 물질이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잎에서 강력한 면역 증강 물질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물질은 한 벤처기업이 추출에 성공했으며 고려대의 두 교수가 의학적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MB-40을 쥐에 투여한 뒤 세포에 레이저를 쏘아 특성을 알아보는 ‘유세포(流細胞) 검사법’과 ‘세포 내 염색 검사법’을 시행한 결과 T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CD4, CD8, B세포 등 면역세포들이 일반 쥐보다 최대 13배까지 활성화했다는 것.
연구팀은 쥐에 암세포를 투여하고 MB-40을 주사한 지 4주 뒤 암 덩어리의 크기가 62∼73% 작아진 것도 확인했다.
천 교수는 “MB-40은 직접 암세포를 죽이지는 않지만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립샘암, 대장암, 육종, 흑색종 등의 암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암이 생긴 쥐에게 항암제, 방사선 등의 치료를 하면서 MB-40을 투여했더니 골수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암은 작아진 것을 발견했다. 기존의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는 면역, 조혈(造血) 기능을 담당하는 골수세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생겼지만 MB-40은 이런 부작용을 없애면서 항암작용을 하는 보조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 교수는 “지금껏 인삼 성분은 모두 건강식품으로 개발됐지만 MB-40은 항암 주사제로 만들어 조만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현재 재배농가에서 잎을 버리지만 앞으로는 농가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40은 최근 국제특허가 출원됐고 연구팀은 10일 ‘제29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