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폐막한 G8(G7+러시아) 정상회의 폐막 성명은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확산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경한 메시지를 담았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은 물론 중국을 제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모두 포함된 G8의 성명은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정책의 근간이 될 중요 문서.
이 성명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라고 규정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제거가 선결돼야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어떤 경우도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 방침보다 훨씬 강경하다.
성명은 또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수단 등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효율적인 절차와 수단을 마련하자’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구상’을 문서화했다. 이 구상은 미사일이나 핵 부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등의 선박을 공해상에서 저지, 압수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여러 우방들을 조직적으로 묶어 북한 미사일 수출에 대응하겠다는 게 부시 대통령의 방침”이라며 “미국 대표단은 공해상 타국 선박 저지를 위한 국제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우방국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G8 폐막 성명은 또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와 미사일 수출 등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제법에 의거한 다른 수단’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군사력 사용을 암묵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다른 관리들은 G8 정상들은 그 같은 해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G8 회의장 주변에서도 “‘국제법에 의거한’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는 만큼 대북 경제제재 또는 해상 봉쇄까지만을 함축하는 표현”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어쨌든 이 같은 성명 문안은 전반적으로 한국 정부 자세보다 강경하다. 이는 유엔 인권위가 한국 정부의 뜻과 달리 북한 인권 실태를 규탄한 것을 비롯해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기류를 반영한다.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듯 이번 회담의 초점은 단연 북한 이란의 핵 개발이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을 향한 강경한 성명에 순순히 동의했으며, 특히 러시아는 ‘북한이 핵확산방지를 위한 국제 합의를 깨고 있다’는 표현이 성명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의 입장에 적극 호응하는 쪽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부시 대통령이 “다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우려를 충분히 듣겠다”고 말하자 즉각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북-미 직접대화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고 미 관리들은 전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 회담에 단 한 명의 정부 관계자도 파견하지 않아 의구심을 샀다. 일부 외신기자는 한국 기자에게 G8의 대북 논의와 성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베이징(北京) 3자회담 참여’를 촉구하는 문구는 G8 외무장관 회의 성명에는 포함됐으나 정작 정상의 성명에는 빠졌다.
에비앙=박제균 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