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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리포트]증권사 비리수사 불구 美투자자 여유

입력 | 2003-06-04 17:54:00


“e메일 좀 열어봅시다.”

월가의 주식 리서치 관련 비리 조사가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사 주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증권업협회(NASD)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들은 작년 뉴욕 검찰의 수사 결과 드러난 대형증권사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비리 관련 후속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SEC로부터 자료제출 명령을 받으면 보통 2, 3주의 준비기간이 주어지며 이번 제출시한은 20일로 알려졌다.

조사기관들은 월가의 12개 증권사 전현직 CEO와 리서치 및 투자은행 업무 책임자들에게 개인 e메일 등 관련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CEO들이 애널리스트의 비리를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하려는 것이다. 즉 애널리스트들은 자기 회사의 투자은행 업무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 특정기업의 조사보고서를 제멋대로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런 비리를 CEO가 회사 차원에서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감독 당국이 이런 사안들을 적당히 흘려버리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다는 것.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이 1년여 동안 수사해 잭 그루브먼 등 애널리스트들의 비리를 캐낸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었지만 증권감독 당국이 후속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조사 대상은 시티그룹,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메릴린치 등이 핵심 업체다. 이들은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파워를 가진 금융그룹이다. 메릴린치의 인터넷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헨리 블로젯이나 시티그룹 소속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통신산업 애널리스트 잭 그루브먼은 증권업계에서 완전히 쫓겨났다.

시장이 약세국면이라면 이런 조사에 따른 업계의 불안감이 번지겠지만 때마침 강세장이어서 충격은 크지 않다. 증권주들이 혼조세를 보이는 정도다. 뉴욕증시에선 랠리가 주춤해지긴 했으나 투자자들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경제가 반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도 주가를 떠받쳤다.

또 하나의 호재는 기업들의 감원이 거의 끝나간다는 보고서다. 재취업 전문기관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는 5월 중 기업 내 감원 규모가 6만8623명으로 전월에 비해 53% 줄어들면서 30개월 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