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인 A씨(45·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올해 초 리캐피탈투자자문에 10억원을 선뜻 맡겼다. ‘매월 플러스 수익률을 내 연 15%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 회사 이남우 사장의 말을 듣고 나서다.
서울대 재학생들의 투자모임인 투자연구회가 7월 중 판매 예정인 사모펀드에는 100억원 이상이 이미 예약됐다. 6월 중에 사모펀드를 판매할 예정인 동원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한국투자증권 리&김투자자문 등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이처럼 헤지펀드(Hedge Fund·정교한 위험관리 기법을 구사하면서 투기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지향하는 사모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시대’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틈새시장을 만들며 99년에 불었던 ‘제2의 뮤추얼펀드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하고 해외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함으로써 수익률 변동을 채권수준으로 안정시키고 수익률은 예금 채권 금리보다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투자금액이 1000만∼10억원이어서 서민들에겐 아직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투신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사모펀드 판매를 준비하고 있어 문턱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현재 헤지펀드형 사모펀드를 운용중인 곳은 삼성투신운용과 리캐피탈투자자문, 리치컨설팅 등 일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6월 중에 삼성투신운용과 한국투자증권과 동원투신운용, 리&킴투자자문 등이 사모펀드를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투신운용은 작년 12월 ‘삼성앱설루트리턴 1호’를 선보였다. 49명에게서 300억원을 받아 5월 말 현재 누적 수익률이 5.3%에 이른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2%에 이르는 것으로 목표(7%)를 훨씬 웃돌고 있다. 3월에 설정한 2, 3호 펀드(각각 150억원)의 누적 수익률도 2.4%로 목표수익률(연 6.5%)을 뛰어넘어 10%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 해외투자팀 채병욱 과장은 “해외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 7개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기관투자가는 국내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고, 개인들은 재산을 분산하기 위해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캐피탈투자자문에서는 펀드가 아닌 개인(기관)별 단독펀드를 헤지펀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 수탁자산은 약 700억원. 이 중 개인 비중은 25% 정도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이남우 사장은 “저평가된 종목 35∼40개를 발굴해 자산의 65%가량으로 매입하고 나머지는 주가가 떨어질 만한 종목을 빌려서 팔거나(대주·貸株) 주가지수선물을 통해 헤지한다”며 “증시가 아무리 약세더라도 매월 플러스 수익률을 내 연간으로 15%가량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개인 자산가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형 사모펀드 러시=동원투신운용은 6월 중순부터 ‘순수가치 사모펀드’를 판매한다. 선착순으로 99명까지만 판매하며 1인당 최저 투자금액은 1억원. 만기는 3년으로 비교적 길다. 이채원 투자자문본부장은 “주가수익비율(PER) 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평가 우량주나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해 회사채수익률에 5%포인트를 더한 수익률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헤지펀드 6, 7개에 투자하는 헤지펀드형 사모펀드를 6월 중순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1인당 3000만원 이상, 49명까지만 판매되며 만기(14개월) 목표수익률은 연 7%다.
삼성투신운용도 6월 24일부터 ‘앰설루트펀드 4호’를 1억원 이상 투자하는 49명에게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또 금리가 오를 경우에도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엠브로시아 글로벌 채권펀드’와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가 추천하는 우량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S&P5스타해외펀드’도 6월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리&킴투자자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모 뮤추얼펀드’를 이르면 6월 중 선보인다. 대주주와 사장 및 펀드매니저가 직접 약 1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50명 이내에서 1인당 1000만원 이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헤지펀드형 사모펀드 현황운용·판매회사펀드주요 특징비고삼성투신운용삼성앱설루트리턴1,2,3호
(사모펀드)국내외 금리 및 주가 변동에
관계없이 연6.5∼7% 수익 목표설정 후 수익률
2.4∼5.3%삼성앱설루트리턴 4호〃6월24일부터 판매삼성S&P5스타해외펀드S&P가 추천하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6월중 판매예정앰브로시아글로벌채권펀드금리 상승기 안정적 투자 겨냥6월중 판매예정동원투신운용순수가치사모펀드2∼99명, 만기 3년, 1억원 이상6월 중순 판매예정한국투자증권헤지펀드형사모펀드(가칭)6개 헤지펀드에 투자,
연7% 목표, 만기 14개월6월20일까지 청약리캐피탈투자자문단독 일임자문매월 +수익률, 연15∼20% 목표10억원 이상리&킴투자자문사모뮤추얼펀드50인 미만, 연15% 이상 목표1000만원 이상더 밸류 앤 코VIP사모펀드1호3년간 환매 금지, 법인 5000만원·개인 3000만원 이상7월중 판매 예정
홍찬선기자 hcs@donga.com
- 시리즈 1부 끝 -
▼독립 소형투자기관 '부티크' ▼
비(非)제도권에서 맞춤형 자산운용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부티크’다.
금융계에서 말하는 부티크(boutique)란 감독당국의 감시망과 법 규제를 벗어나 투자자문 및 일임매매 업무를 하는 소규모 회사를 말한다.
다시 말해 부티크는 고객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넘겨받아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굴려 주는 일을 한다. 최근 일부 부티크는 부동산개발 사업자에게 ‘큰손’을 연결해 주거나 자체적으로 주가지수연계채권(ELS)을 만들어 파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서울의 강남 여의도 명동 등지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으며 강남에만도 수백곳이 영업중이다. 100억원 이상을 운용하는 곳만도 수십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운용전문가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불법적인 일임매매를 하는 부티크가 끊임없이 태어났다가 소멸하고, 또 태어나는 이유는 뭘까?
부티크 운영 경험이 있는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부티크는 제도의 제약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무엇보다, 제도권에서 일하면 성과보수가 낮고 세금을 많이 물어야 한다는 것.
증권사 운용역이나 투신사 펀드매니저의 경우 운용수익을 대체로 고객 70%, 회사 15%, 운용역 15%씩 나누는데 소득세를 내고 나면 실제 펀드매니저에게 돌아오는 몫은 7∼8%에 불과하다.
부티크의 성과보수는 고객과 계약하기 나름이다. 모 부티크 관계자는 “원금 보장을 조건으로 5 대 5로 나누거나 매월 1%의 수익률만 돌려주고 나머지 수익은 전부 챙기는 사례도있다”고 귀띔했다. 실력 있는 고수라면 단기간에 한몫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10여명의 고객에게서 200억원가량을 받아 파생상품에 운용중인 서울 강남 A부티크의 지난해 연간 투자수익률은 123%였고 올해 월간 목표수익률은 4%대다.
부티크는 주로 안면 있는 큰손의 돈을 굴려 이름을 알린 뒤 알음알음으로 거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투자자금을 모은다. ‘○○컨설팅’ 같은 상호를 쓰고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렵다.
또한 부티크를 노크할 때는 법적으로 자격 없는 이들에게 돈을 맡기는 데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운용자가 고객 돈을 빼돌려도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찾을 길이 없다. 부티크로선 고객이 약속을 어기고 성과보수를 주지 않아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수백억원대 펀드 모집 '더 밸류 앤 코' 서울대생들 ▼
‘더 밸류 앤 코’의 최준철 대표(왼쪽)와 김민국 이사.
‘100% 주식형. 3년간 환매 불가. 펀드 운영자는 20대 대학생들. 헤지 수단은 없음.’
불안하기 짝이 없는 펀드 운영 조건들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사모 펀드에 100억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서울대생들이 만든 투자회사 ‘더 밸류 앤 코’가 7월부터 판매할 예정인 ‘VIP(Value Investment Pioneer) 사모펀드 1호’.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를 외치는 ‘간 큰’ 젊은이들에게 지금까지 20여명이 출자 의사를 밝혔다. 발기인들의 출자 금액이 1인당 1억원 이상인 점으로 미뤄 최소 20억원이 모인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평소 이들의 투자 전략을 눈여겨봐온 한 법인 기업이 1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게 될 ‘더 밸류 앤 코’의 최준철 대표(28·서울대 경영학과 4년)와 김민국 이사(28·서울대 경제학부 4년)는 “지금까지 연습만 해오며 꿈꾸어 왔던 가치투자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미 서울대 투자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기업의 가치 분석과 투자 기법을 연구해 온 고수들이다.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증시 속에서 저평가된 우량주를 찾아 장기보유하는 방식의 가치투자를 고집해 온 것이 특징.
2001년 서울대투자연구회 회원들의 돈 5000만원을 모아 만든 VIP 펀드는 현재 115%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500대 초반까지 붕괴됐을 때도 VIP 펀드는 90% 이상의 수익률을 지켜냈다.
종목 선정을 위해 직접 기업탐방에 나서거나 지방에서 열리는 주주총회 참석도 마다하지 않는다.
“VIP 사모펀드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철저하게 가치투자 전략에 따라 운용할 겁니다. 채권처럼 안전하고 튼튼한 종목을 선정하고 높은 배당수익률로 주가 하락의 위험을 헤지한다는 전략입니다.”
최 대표는 “대박은 안겨 줄 수 없지만 한국 증시에서도 가치 투자가 성공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성공의 ‘V’자를 그려 보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마이너스 금리 시대-제 1부 시리즈 순서 ▼
1. 불안한 노후생활(4월3일)
2. 라이프 사이클 재테크 시대(4월10일)
3. 재테크의 패러다임 시프트(4월17일)
4. 원금보전형 상품, 꼼꼼히 따져야(4월24일)
5. 해외투자펀드, 허와 실(5월2일)
6. 세금을 알면 재테크가 풀린다(5월9일)
7. 따뜻한 노후맞이 전략(5월15일)
8. 부동산도 간접투자(5월22일)
9. 자산획득전쟁의 틈새 공략하기(5월29일)
10. 맞춤형 재테크(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