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경제무역관계, 그 중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일 FTA 논의는 1998년 양국 정상간 합의를 계기로 본격화됐는데 일본은 일관되게 FTA 체결을 적극 추진해온 반면 우리 정부는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측으로부터 협상 개시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지난해 한국과 450억달러의 교역규모를 기록한 일본은 우리의 제3위 수출시장이자 제1위 수입선이다. 양국은 상호 밀접한 산업구조와 긴밀한 무역투자 관계,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 등으로 인해 유력한 FTA 상대로 거론돼왔다. 또 대일 수입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해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과 동아시아 협력체 구성의 첫걸음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FTA가 체결되더라도 대일 수출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의 관세수준이 평균 7.9%로 일본(2.9%)보다 높고 상품경쟁력이 열세인 데다 일본의 시장구조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147억달러에 이른 대일 무역적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일 FTA는 추진 여부보다 어떻게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디자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선 농업과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협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 시장통합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일본 특유의 각종 비관세장벽들이 실질적으로 제거돼 한국기업들이 가격과 품질만으로 일본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한일 FTA가 국내산업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대한 투자 및 기술이전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3년간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에서 일본이 차지한 비중은 13%로 같은 기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비중 1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투자 및 기술이전 문제는 개별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므로 정부간 협상에서 강제할 수는 없으나 양국간 공동프로젝트 도입, 일본 숙련기술자의 한국 유치 등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전략이 중요하다.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으로부터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고 피해산업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 또 개방에 따른 이익을 어떻게 국민 모두에게 설득할 것이냐가 과제다.
한일 FTA는 우리가 주요 교역국과 추진하는 최초의 FTA다. 일본의 경제규모는 우리의 11배로 우리의 6분의 1인 칠레, 4분의 1인 싱가포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면밀한 협상전략이 요구된다. 현재 일본은 한국과의 FTA 체결을 통상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협상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한일 FTA가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인식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본기업과의 제휴 및 일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