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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쟁점]노원 시각장애인복지관 부당해고 논란

입력 | 2003-06-04 18:51:00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노조원들이 4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권주훈기자


‘복지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노동자인가, 봉사자인가.’

이런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 현재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은 5월13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매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직원들.

복지관 노동조합 조합원인 이들은 복지관을 운영하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가 조합원들을 부당 해고하고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시련은 조합원들이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인데도 장애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일반사업장과 같은 노사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부당해고 공방=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은 2년 전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직업재활센터 등의 사업권을 작년 12월 반납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 6명을 해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가운데 4명에 대해 부당 해고로 판결했고 서울북부지방노동사무소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시련은 아직 이를 이행하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북부지방노동사무소 권정석(權正石) 근로감독관은 “6명 중 4명은 1년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단기간 근로자(비정규직)로 볼 수 없다”며 “4월25일까지 복직시키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한시련을 형사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시련은 “실적 부진으로 사업을 반납하면서 일자리가 없어 부득이 해고했다”며 “비영리기관인 복지시설은 예산과 운영에서 복지부 지침을 따르도록 돼 있어 복직시키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복지시설에 대해 일반사업장과 같은 판례를 적용한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노조 탄압 공방=노조는 한시련이 장애인 회원을 동원해 노조원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렸으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전문성이나 경험과 무관한 부서로 전직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준석(朴俊奭) 복지관 사무국장은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며 앰프를 크게 켜 놓자 소리에 매우 민감한 시각장애인들이 분노해 싸움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시련은 “전직은 능력에 따른 것이며 복지관 직원이 장애인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일반사업장처럼 인사나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복지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입장=노조는 지도 감독의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해 사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는 “노사간의 문제는 노사가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개입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정성용(鄭星容) 장애인복지과장은 “시가 노사간의 분쟁에 개입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복지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라는 포괄적인 지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