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숲’인지, ‘나무의 숲’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타고 있는 아마존 밀림.-동아일보 자료사진
《지구가 ‘폐병’에 걸렸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유역 중 브라질에 속하는 지역은 약 414만km²로 브라질 전체 영토의 절반을 차지한다.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남한 면적의 약 8배인 78만여km²의 밀림이 사라졌다. 아마존은 지구 산소의 4분의 1을 공급한다. 0.01km² 넓이의 숲이 1년에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10t에 가깝다. 숲이 탄소를 저장해주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 10년 전. 선진 7개국과 세계은행, 브라질 정부는 지구의 폐병을 치료하기 위한 ‘파일럿(시범) 프로그램(PPG7)’에 착수했다. 가망 없어 보이던 ‘환자’는 90년대 말부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종양의 확산 속도도 2000년대 들어 주춤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브라질 정부 등은 올해부터 임상실험 단계에서 본격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2단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쿠이아바 공항에 도착했다. 브라질 중부 마투그로수주(州)의 주도다. 숙소까지 가는 동안 주도라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디에나 숲이 우거져 있다.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인데다 서울에서는 우거진 수풀을 볼 일이 없으니 눈앞의 광경과 ‘밀림 황폐화’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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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산소의 4분의 1을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아마존강 유역은 약 600만Km2로 남아메리카의 9개 국에 걸쳐 있으며 이 중 약 414만Km2가 브라질에 속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마투그로수는 지구 폐종양의 주범으로 꼽히는 곳이다. 론도니아주 파라주와 함께 ‘황폐화 띠’ 3총사에 속한다. 밀림 황폐화의 80%는 이 벨트에서, 또 이 중 절반은 마투그로수에서 생기고 있다.
나무를 베거나 불태워 목초지로 만든 뒤 양을 키우거나 콩 농사를 짓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마투그로수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브라질 전체 성장률인 1%를 훨씬 웃도는 9% 안팎이었다. 개발이 눈부신 만큼 밀림의 파괴도 빠르게 진행됐다.
1999년 12월, 마투그로수주 정부는 ‘불법 벌목 및 불법 방화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제적 프로그램인 PPG7 중 ‘자연자원 정책 프로젝트(NRPP)’ 사업부의 지원을 받아 마투그로수주 환경기관인 페마(FEMA)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연방 환경기관인 이바마(IBAMA), 페마, 주 내의 여러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모임, PPG7 사무국 등이 공동으로 삼림의 불법 파괴를 첨단 위성 시스템으로 감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1998∼1999년 2년간 추가로 황폐화된 면적은 약 1만8000km²였는데 2000∼2001년 2년간 황폐화된 면적은 1만2000km²였다. 삼림이 재생되지는 않았지만 황폐화되는 속도는 크게 줄었다. 브라질 환경부는 마투그로수의 성공 사례를 론도니아와 파라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화와 벌목을 제한하는 법률은 이전에도 있긴 했다. ‘법정 아마존 밀림’ 지역의 땅 주인은 소유지의 80%를 밀림으로 유지해야 한다. 즉 20% 한도 내에서 땅 주인은 매년 일정부분의 밀림을 베거나 태우겠다는 허가증을 받는다. 문제는 이를 어겨도 적발할 방법이 없었던 것.
NRPP팀은 위성사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토지를 위성으로 찍어 계약 당시와 1년 뒤의 사진을 비교한다. 계약을 어겼으면 자동으로 컴퓨터에 표시된다. 지난해에는 불법 방화 지역을 거의 대부분 잡아냈고 이 중 94%의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벌금을 걷었다.
기자가 방문한 페마 사무실에서는 10여명의 전산 전문업체 직원이 위성사진을 판독하는 작업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이들과 법률자문위원, 주 공무원들이 어느 지역에 방화와 벌목을 허용할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버닝 시즌(나무를 불태우는 시기)’인 7∼9월이 닥치기 전 주민 교육도 해야 하고 새로운 허가증도 내줘야 한다.
위성 시스템 도입 이후 자신의 토지가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중복 신고해서 이중으로 허가를 받는 일도 사라졌고, 땅 현황 정보가 실시간으로 웹에 공개되면서 공무원들이 뒷돈을 받고 허가를 내주는 비리도 원천봉쇄됐다. 페마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얻은 데이터베이스를 조세 등 기타 행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각 정부기관과 공유할 예정이다.
마투그로수의 성공 사례를 이끌어낸 NRPP는 PPG7에 속하는 26개 하부 프로젝트 중 하나다.
1988년 전설적인 밀림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가 암살되면서 아마존이 국제적 관심을 끌게 됐다. 밀림 황폐화 문제가 1990년 미국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논의됐고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PPG7 추진이 공식 발표됐다. 독일이 2억8000만달러를 비롯해 유럽연합 브라질 미국 등이 PPG7 기금을 마련했고 1995년 첫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02년 말까지 26개의 하위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이 중 6개가 완료됐다. 프로그램의 범위는 밀림 보존뿐 아니라 지역 주민 교육, 지속가능한 개발 및 산업의 확장, 생물종 다양성 보존, 과학적 연구자료 확보 등을 모두 포함하며 프로젝트 지역도 ‘황폐화 띠’뿐 아니라 전체 아마존 지역에 고루 퍼져 있다.
브라질리아·쿠이아바=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브라질 환경장관 “환경관광 활성화로 주민 설득”▼
“하느님의 꿈은 꼭 사후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꿈꾸는 하느님의 뜻은 현실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브라질 아크레주 아마존 밀림지역에 살고 있던 16세 소녀의 삶을 바꿨다. 마리나 실바 브라질 환경 장관(47·사진)은 지역 활동을 위해 마을에 들어온 가톨릭 단체의 강연에 갔다가 밀림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만나게 됐다. 고무나무 벌목현장 일꾼으로, 또 가정집의 잡역부로 일하던 그는 “세상은 생각하던 것과 다르며, 모순을 깨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에 눈뜨게 됐다”고 회고했다.
까막눈이던 실바 장관은 한 달 만에 독학으로 글을 배우고, 4년 만에 아크레주 연방대학에 입학했다. 멘데스씨는 노동단체 활동, 의원 선거 등에서 실바 장관과 정치적 동반자가 됐지만 88년 벌목회사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암살자의 총에 숨졌다.
실바 장관은 38세에 최연소 상원의원이 됐고, 올해 1월 룰라 정부가 출범하면서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PPG7의 각 프로그램의 조정 등 아마존 열대 밀림을 보존하는 활동의 총책을 맡고 있다.
그는 “1단계 때는 많은 프로젝트가 다른 나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됐으나 2단계에서는 브라질 정부의 기여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지 예산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의 정책에서 환경에 대한 기준이 일반적인 정책 기준으로 반영되게 해야 한다는 것.
실바 장관은 “열대림을 베거나 태우지 않는 것이 지역 주민에게 더 경제적인 이득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종 보존, 담수공급, 탄소 저장을 통한 온난화 방지, 과수 열매 이용 등을 모두 환산한 아마존 열대림의 가치는 나무를 태워 경작지나 양 목장을 만들어 벌게 되는 돈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나무를 베지 않을 때의 가치는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 실바 장관은 “밀림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가야 주민들이 스스로 밀림을 지킬 인센티브가 생긴다”며 “환경관광을 활성화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아마존 밀림은…▼
―아마존강 유역의 전체 면적은 약 600만km²로 남아메리카에 있는 9개 국가에 걸쳐 있음.
―브라질에 속하는 아마존 유역은 약 414만km²로 브라질 전체 영토의 약 48% 차지.
―브라질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한 1960년대 이후 2000년까지 아마존 밀림 중 약 78만Km2가 사라졌음.
―브라질 정부는 1960년대에 아마존이 걸쳐 있는 9개 주 511만Km2 지역을 ‘법적 아마존(legal Amazon)’으로 지정. 아마존 보호활동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이 행정구역상의 아마존으로, 브라질 전체 영토의 약 60%.
*법적 아마존에 속하는 9개 주 : 아크레 아마파 아마조나스 마란하오 마토그로소 파라 론도니아 로라이마 토칸틴스
*‘밀림 황폐화의 띠’(deforestation belt) : 아마존 밀림 황폐화의 80%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 마토그로소 파라 론도니아 등 밀림 황폐화의 주범인 3개 주가 속해 있으며 지도상 띠 모양 또는 활 모양으로 돼 있어 ‘밀림 황폐화의 띠’ 또는 ‘밀림 황폐화의 활(arc)’이라고 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