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20∼40대 비만환자가 2년 새 3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비만은 세계적 추세다.
며칠 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 비만학술대회에서 비만을 ‘지구촌의 전염병’으로 뽑았다. 세계 비만 인구는 2억5000만 명으로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은 전신 비만보다는 복부 비만이다. 성인 5명 중 1명이 복부 비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부 비만은 피부 밑 피하 지방에 쌓이는 지방과 좀 더 깊숙이 배속 내장 주위에 쌓이는 지방 두 가지가 있다. 주로 후자인 ‘내장형 복부 비만’이 문제가 된다.
내장 주위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세포가 체내 대사과정을 통해 혈액 속으로 쉽게 흘러 들어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관을 막는 혈전을 일으킨다.
또 간에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 흡수를 막아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혈당량을 높여 당뇨병을 유발한다. 혈당량이 높아지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혈중 인슐린 농도를 덩달아 높여 중성지방을 합성하는 결과를 낳고 이는 곧 고혈압과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내장형 복부 비만은 심장이나 기관, 식도주위, 복부 등 곳곳에 지방이 쌓이기 때문에 폐의 호흡 면적이 줄어들면서 체내 산소공급도 부진하게 만든다.
이처럼 뱃속 내장 지방은 결국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의학적으로 이들을 묶어 대사성증후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생활습관에 있다. 이는 개인이 노력만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매일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고, 음주와 흡연을 하고, 운동을 적게 하면 지방이 복부에 축적되기 마련이다.
특히 흡연은 체내에 스테로이드를 많이 분비시키고, 이는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더 많이 축적하게 만든다. 따라서 흡연자는 외관상으로 비만이 아닌 것 같더라도 내장 비만일 확률이 더 높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벨기에 비만학회 회장 룩 반갈 박사는 “현재 자기 몸무게에서 5∼10%만 줄여도 내장 비만의 25%가 감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만은 건강에 나쁠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썩 좋지는 않다. 자, 지금부터라도 ‘1주일에 4일 이상 빠른 걸음으로 40분 걷기’라는 작은 실천으로 비만과의 전쟁을 시작해보자.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