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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류머티즘…이수곤교수

입력 | 2003-06-08 17:25:00

이수곤 교수가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여성 환자의 손과 팔의 관절을 살펴보고 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 내과 이수곤 교수(49)는 ‘한국 신사’로 통한다.

잘 생긴 외모에 부드러운 목소리, 세련된 매너로 여성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동료 의사나 간호사들은 이 교수의 환자에 대한 사랑은 몸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고 평가한다. 이 교수는 진료 때나 회진 때 환자의 온갖 얘기를 끊지 못해 예정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그는 또 학회나 강연회를 부드럽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5년 동안 국제 권위지에 3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방사선 물질인 ‘홀뮴―키토산’으로 중증 류머티즘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는 등 연구와 임상에서도 모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류머티즘은 무엇인가?

“류머티즘은 머리에서 온몸으로 흘러내리는 나쁜 액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륨’에서 따온 병명으로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온몸의 장기나 세포를 공격하는 100여 가지 질환을 가리킨다. 이 중 류머티스 관절염은 전체 인구의 1%, 뼈관절염(퇴행 관절염)은 55세 이상의 80%나 돼 ‘국민병’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피부와 신경조직, 장기 등이 파괴되는 ‘루푸스’ 환자가 늘고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과 뼈 관절염의 차이는….

“관절염의 80%를 차지하는 뼈관절염은 노화로 뼈의 끝에 있는 물렁뼈(연골)가 닳아 뼈마디가 부딪히거나 뼛조각이 주변을 찔러 아픈 질환이다. 주로 50대 이상 환자가 많고 저녁에 통증이 찾아온다.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가 고장나 염증이 끊이지 않아 생긴다. 30∼5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 곳곳의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1시간 이상 아프고, 손발가락의 마디가 붓고 아픈 증세가 6주 이상 지속되며, 잦은 피로감, 미열,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있으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관절염은 예방법이 없다. 관절은 망가지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절염의 염증 반응이 동맥경화증, 심장병, 암 등의 발병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관절염을 방치하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관절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환자에 따라 다양한 약물과 생활요법, 운동요법을 병행해 치료한다. 관절염 약은 메소트렉세이트 등 염증세포의 작용을 조절하는 ‘질환 적응 항류머티즘 약물’(DMARD) 계열의 약물, 종양 괴사 제제, 비스테로이드 제제(NSAID), 콕스―2 억제제 등 숱하게 많다. 요즘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 인터루킨―1 등 특정 물질의 기능만을 억제하는 ‘저격수 치료제’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정한 약을 고집하기보다는 의사를 믿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무릎 관절염이 심할 경우 염증이 생긴 관절을 둘러싼 활막을 제거하거나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하지만 염증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골수이식으로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재발하거나 이식 중 사망할 수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니다.”

―홀뮴―키토산 요법 등 최신 치료법에 대해 얘기해 달라.

“최근 우리 병원에서는 방사선 동위원소인 홀뮴―키토산으로 관절의 염증 부위를 100% 가까이 제거하는 치료법의 3차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무릎 관절염이 생긴 지 1년 이내에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에게 효과가 크다. 최근 국내외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법을 연구 중인데 이것이 실용화되면 치료에 획기적 진전이 생길 것이다.”

―생활요법과 운동요법은….

“열찜질과 냉찜질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냉찜질은 부기가 심할 때, 열찜질은 관절이 뻣뻣할 때 효과적이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므로 환자가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소염 진통 효과가 있는 파스나 연고, 고춧가루의 주성분인 캅사이신 제제 등을 바르며 마사지해도 좋다. 관절보호대, 목발, 보행기 등도 적절히 사용하도록 한다. 특별히 좋은 음식은 없다. 글루코사민, 스쿠알렌 등이 약간 효과적이지만 골고루 적게 먹는 것이 최선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통증을 참아가며 하는 운동은 오히려 해롭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류머티즘의 명의들▼

▽배상철(44)=루푸스 등 난치성 류머티즘 치료의 권위자로 ‘세계 루푸스 전문가 그룹’(SLICC)의 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협력해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에게 따뜻하고 합리적으로 병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한양대 최우수 연구 업적상, 2003년 한양대 최우수 교수상을 잇달아 받았다.

▽송영욱(47)=2000년 약물치료나 수술 등으로 잘 낫지 않는 난치성 류머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97년에는 류머티즘 환자가 스테로이드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결핵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02년에는 퇴행 관절염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많으며 초경이 늦을수록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성윤(54)=국내 최대 규모의 류머티즘 전문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1986년 한양대병원에 류머티스내과를 만들었으며 이를 류마티스센터, 류마티스병원으로 성장시키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부드러운 음성에 수려한 용모까지 갖춘 스타 의사. 한양대 재직 때에는 대기환자가 4만여명에 이르렀던 전설의 주인공.

▽김호연(56)=류머티스 관절염과 루푸스 질환의 권위자로 198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류마티스 내과를 개설했다. 97년 1회 투여하면 관절염 증세가 호전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류머톨로지의 최근 경향’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과학기술부 지정 우수연구센터(SRC)를 이끌고 있다.

▽유빈(43)=류머티스 관절염과 루푸스를 교과서적 원칙에 따라 진료한다. 학회에서는 후배 의사들의 궁금증을 자상하게 풀어주는 ‘해결사’로도 유명하다. 미국 신시내티대 병원에서 전임의를 지냈으며 현재 미국 류머티스학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현재 루푸스 환자들의 모임인 ‘루이사’의 자문의로 있다.

▽유대현(45)=난치성 관절염 환자를 다양한 치료법으로 고치고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의 염증 반응과 유전자 연구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적 권위지에 3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올해도 국제적 권위지에 9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2002년 대한류마티스학회의 학술상을 받았다.

▽고은미(44)=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서 각종 관절염이 생기는 과정을 알아보고 치료 약물의 효과를 살피는 ‘류머티즘 핵의학’의 전문가다. 중증 관절염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국내에 도입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친절한 여의사’로 소문이 나 있다.

▽조철수(47)=난치성 류머티스 관절염과 루푸스 환자를 골수 이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국제적 권위지에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루푸스 환자에게서 피떡이 생기는 과정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혈관이 새로 생기는 과정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현아(39)〓관절염 환자의 연골 손상에 대한 연구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환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일본 류머티스학회에서 수여하는 젊은 의학자상과 대한의학회에서 주는 ‘분쉬의학상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99년 베스트셀러 에세이 ‘나는 미국이 싫다’를 펴내기도 했다.

▼어떻게 뽑았나…'40대 파워' 급부상▼

류머티즘 치료의 베스트 닥터는 세대교체 조짐이 보였다.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형성했으며 2000년 본보의 베스트 닥터 시리즈에서 이 분야 1, 2위를 차지한 김성윤 내과 원장(당시 한양대 교수)과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김호연 교수가 뒤로 물러나고 대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수곤, 한양대병원 배상철, 서울대병원 송영욱 교수 등 ‘40대 파워’가 부상했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내과 교수 31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류머티즘이 있을 때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에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이 4명을 상위권에 포진시켰고 가톨릭의료원도 강남성모병원 3명, 성모병원 1명 등 4명을 상위권에 올려 이 두 병원이 국내 류머티즘 치료 분야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음이 입증됐다.

이 밖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의 고은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의 김현아, 경희대병원의 양형인 교수 등 여의사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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