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 서포터스로 일하는 정범진 박인혜 한지혜씨(왼쪽부터)가 지난달 31일 시청 본관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김동주기자
“시청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을 하는 곳으로만 알았죠. 근데 사실은 바로 우리 곁에 함께 있는 곳이더군요.”
사진을 찍자는 말에 어색하다며 연방 부끄러워하는 정범진(29), 박인혜(24·여), 한지혜씨(24·여). 이들은 서울시가 지난달 19일부터 운영하는 ‘행정 서포터스’로 일하고 있다.
행정 서포터스란 말 그대로 서울시 행정을 돕는 도우미. 얼핏 ‘아르바이트’와 의미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지난해 월드컵 때 주목받았던 ‘서포터스’에서 착안해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시는 고학력 청년실업이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단기간이나마 이를 해소하고 참여자들에게 시청이 뭘 하는 곳인지 알린다는 취지에서 3개월 동안 일할 3300명의 서포터스를 뽑았다.
서울시 언론담당관 소속인 정범진씨는 시정 홍보를 위한 촬영 업무를 맡고 있다. 카메라기자를 원하는 정씨는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으면서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임시직을 찾다 행정 서포터스에 지원했다.
“서울에서 30년을 살았지만 시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공무원 하면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었는데 다들 너무 친절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경기 과천시에 있는 서울대공원의 환경팀에서 일하는 박인혜씨도 정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원을 시가 운영하는지 몰랐다는 박씨는 “젊은이들도 같은 서울시민인데 시청 일엔 너무 무관심했다”며 “동물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재밌겠다’고 반응하지만 고생하는 분들 덕분에 시민들이 동물원에서 편히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생으로 치면 한지혜씨도 할 말이 많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서 한씨를 포함한 서포터스 2명과 정식 직원 1명이 40명 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도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한번 안아주면 떨어질 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금세 오누이처럼 다정해진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목표가 있으면 노력하는 게 자신들의 무기라는 것.
정씨가 “방 안에 앉아 있으면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자 다른 두 사람도 맞장구를 쳤다.
높은 곳만 보지 않고 한 발씩 경험을 쌓아가겠다는 세 사람. 그들의 해맑은 미소 앞에선 ‘청년실업’의 벽도 높지만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