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자에 대한 보고서’에 출연하는 극단 버섯 배우들. 뒷줄 가운데가 기획, 연출을 맡은 이상철씨. 사진제공 극단 버섯
13일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극단 버섯’의 정기 공연은 얼핏 보기엔 이렇다할 특징이 없어 보인다.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이슈를 제기하는 창작극도 아니다.
굳이 특이한 점을 찾는다면 2편의 짧은 연극이 잇따라 오른다는 점과 관람료가 없다는 점. ‘비겁한 자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 아래 ‘용감한 사형수(호워디 홀 원작)’와 ‘위험한 커브(탄크레드 도르스트 원작)’ 등 2편이 상연된다.
짧은 연극을 두 편 올리는 것은 관객에 대한 배려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일반인에게도 문이 열려있지만 극단측은 주로 정신지체인과 장애인, 불우청소년 등을 주요 관객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정신지체인의 경우 1시간 이상 계속해서 연극에 집중할 수 없어 공연시간이 짧아야만 한다.
대학로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는 낯설지가 않다. 극단 대표 이상철씨(41)가 벌써 9년째 비슷한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맡고 있어서다.
MBC 18기 탤런트인 이상철씨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다. 86년부터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고는 있지만 조연을 주로 맡은 탓에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씨는 출연자 중 몇 명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이들의 스승이자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95년부터 연기를 배우고 싶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비를 털어 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 자신이 집안의 반대로 어렵게 연예인이 된 터라 환경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도와주고픈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보증금 900만원, 월세 25만원의 서울 연희동 20평 지하실이 이들의 연습 공간이다. 연습실과 운영비는 이씨가 출연료와 수험생 연기 레슨비 등으로 마련한다. 지금까지 24명의 학생이 연습실을 거쳐갔다. 이중 9명이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으며, 대부분 장학금을 받은 것이 그의 자랑거리. 현재도 5명이 지도를 받고 있다. 꿈을 키워가는 이들과 뒹구느라 이상철씨는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다.그의 도움을 얻은 이들은 해마다 연극에 출연한다. 이상철씨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 공연을 하는 것도 이들이 자신이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22일까지. 02-3143-2008 / 02-745-8833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