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연극계는 웨스트엔드에 대해 “죽을 때가 다 됐다고 한탄하면서 절대로 죽지 않는 노인과 같다”고 말한다. 웨스트엔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뮤지컬 신작이 잇따라 실패했다. 뮤지컬의 대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신작 ‘더 뷰티풀 게임’도 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레미제라블’의 신화를 기록한 카메론 매킨토시도 ‘마틴 기어’ ‘이스트윅의 마녀들’의 실패로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이같은 상황은 뮤지컬의 대형화가 자초한 일면이 있다. ‘미스 사이공’ ‘캣츠’ 등 메가 뮤지컬로 편당 제작비가 60억원에 이르면서 신작 자체가 큰 도박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로이드 웨버 등의 실패로 인해 신작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기존 작품의 리바이벌과 히트 팝에 의존한 콘서트 스타일의 뮤지컬이 이어지고 있다. ‘맘마미아’를 비롯해 그룹 ‘퀸’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위 윌 록 유’, 영국의 그룹 ‘매드니스’의 음악이 토대가 된 ‘아우어 하우스’가 그런 작품들이다. ‘위 윌 록 유’는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1여년간 팬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웨스트엔드는 새로운 젊은 피를 수혈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에딘버러 프린지 연극제의 새 작품들이나 소규모 브라이드웰 뮤지컬 극장의 신작찾기 운동, 지난해 ‘카디프 뮤지컬 축제’의 뮤지컬 글로벌 서치를 통해 새로운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지난해 에딘버러에서 주목받은 뒤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 ‘지리 스프링거’가 4, 5월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올해 가을 웨스트엔드로 진출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명주 뮤지컬 칼럼니스트런던 골드스미스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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