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코트의 제왕’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23·스페인·사진)의 별명은 ‘모기’. 1m83, 72kg의 호리호리한 체구에 빠른 발로 쉴 새 없이 코트를 뛰어다닌다고 해서 그의 친구가 붙여줬다.
9일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그가 생애 첫 그랜드슬램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스피드를 앞세운 날카로운 스트로크가 위력을 떨쳤기 때문. 흙 코트의 특성상 빨리 뛰고 잘 미끄러져야 하는데 이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과 궁합이 잘 맞는다. 2년 연속 4강 진출과 지난해 준우승에 이어 올해 우승의 성적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7세 때 클레이코트에서 아버지에게 처음 테니스를 배운 페레로는 여자단식 챔피언 쥐스틴 에넹처럼 5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우승 인터뷰에서 그는 “내 마음속에 어머니는 항상 관중석 맨 앞줄에 앉아있다”고 말했다.
‘모기’라는 애칭에 걸맞게 페레로는 스피드 광. 굉음을 내며 달리는 스포츠카 운전을 즐긴다. 98만3000달러(약 11억7000만원)에 이르는 우승상금도 영국의 고급승용차 아스톤 마틴을 사는 데 쓸 계획이라고.
현재 세계 3위인 페레로의 목표는 1위 등극. 페레로는 “이제 나는 세계 정상을 향해 달리겠다. 내 라이벌은 늙은 안드레 아가시(세계 2위)가 아니라 나보다 한살 어린 1위 레이튼 휴위트”라고 큰소리 쳤다.
이를 위해 페레로는 23일 개막되는 윔블던에 대비, 잔디 코트 적응훈련에 곧바로 들어간다. 그는 올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대회 결승에서 이형택에 패한 적이 있어 국내 팬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