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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인터넷]화상채팅 ‘잠깐 방심’이 덫으로…

입력 | 2003-06-09 18:15:00

인터넷 화상채팅을 이용한 음란 동영상 교환, 원조 교제 등 불건전 정보 활용이 크게 늘어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고교생인 김여경양(가명·17)은 인터넷 얘기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란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화상채팅 영상 때문이다. 몇 개월 전 채팅방에서 만난 상대방의 유혹에 넘어가 화상카메라 앞에서 함께 자위행위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양은 간간이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동영상이 매일매일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활달했던 성격도 소심해지고 외출도 꺼리게 됐다. 수사기관에 고발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일이 커질 것이 두려워 혼자 속만 끓이고 있다.》

▼관련기사▼

-화상채팅 건전한 활용 사례
-화상채팅 조심해야 할 것들

▽음란물의 온상, 화상채팅=지난해에는 한 여학생이 엽기사이트에 내걸린 자신의 화상채팅 사진을 보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인터넷 화상채팅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화상채팅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통해 음란 영상 교환, 컴섹(컴퓨터섹스), 원조교제 등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화상채팅 사이트 이용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알몸이나 특정 부위를 노출하기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음란 채팅방 가운데 PC카메라를 이용한 음란 화상채팅이 차지하는 비율은 53.3%. 화상채팅 이용자의 65%는 10∼20세 사이의 청소년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부터 청소년까지=6일 오후 9시 A사의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 한국사이버감시단의 모니터링 아이디를 이용해 초등학생 전용 채팅 서버에 접속했다. 20여개의 채팅방 가운데 ‘옷벗기 놀이’, ‘성폭행 놀이’, ‘변짓(변태짓) 보여주기’ 등 노골적인 제목의 방이 절반을 넘었다.

한 방에서는 여자 어린이가 “옷을 빨리 벗어라”고 요구하자 남자 어린이가 “시간이 이르니 엄마가 주무시는 10시 이후에 보여 주겠다”고 한다.

오전 1시 또 다른 B사의 채팅사이트. 중고교생 전용 화상채팅 서버에는 채팅방 40여개가 등록돼 있지만 건전한 제목을 단 곳은 10여개 정도에 불과했다. 한 채팅방에서는 여학생 3명이 얼굴을 가린 한 남학생의 자위행위를 감상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대화명도 ‘색녀’, ‘섹스조아’, ‘노라조’ 등으로 노골적이다. 다른 방에서는 여학생 2명과 남학생 2명이 함께 음란물을 보면서 체위와 신체 특징 등에 대한 품평회를 벌이고 있었다.

▽확산되는 피해=성적 호기심이 많고 판단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음란 화상채팅이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청년의사 인터넷중독 치료센터의 김현수 전문의(정신과)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화상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인들의 왜곡된 성문화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폐해는 일회성이 아니라 중독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여학생들은 화상채팅 영상이 인터넷으로 유포돼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각종 인터넷 파일교환 서비스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화상채팅 영상물은 100여점이나 된다.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여자 청소년으로 음란성의 강도는 상업물을 뺨치는 수준이다. 사이버감시단 공병철 단장은 “화상채팅 녹화영상이 인터넷 음란물의 새로운 장르가 된 것이 인터넷 강국 한국의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이 중에는 당사자의 학교와 이름까지 버젓이 공개된 것도 들어 있어 인권침해의 우려도 낳고 있다. 어기준 소장은 “자신의 동영상을 수십만명이 돌려보는데도 당사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베일 뒤에는 상업성이=국내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화상채팅 사이트는 20여개. 사이버감시단에 따르면 오마이○○, 하○○, ○○미팅, ○○조이, 러브○○, ○○챗 등 사이트의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화상채팅 사이트는 청소년들에게는 억눌린 성(性)을 분출하는 해방구 역할을 하지만 이면에는 냉혹한 상업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회원수가 많고 이용 빈도가 높아야 광고나 부가서비스 수입도 올라가기 때문에 사이트 정화나 모니터링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들은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비키니나 팬티 차림으로 목욕하는 아바타 판매도 서슴지 않고 있다. H사 등은 채팅 화면 녹화기능을 제공해 음란 영상배포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채팅방 회원들이 동영상을 함께 보는 기능은 음란영상 교환에 악용되고 있다. S사는 다른 회원들의 채팅방을 몰래 엿볼 수 있는 투명망토 아이템을 팔다가 음란물게시방조혐의로 기소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조린씨는 “일부 업체는 초등학생이나 중고교생들의 성인방 출입을 허용해 탈선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인터넷 채팅방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음란물을 배포하는 것은 엄연한 범법행위. 따라서 화상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청소년들이 범법자의 길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 단장은 “민간단체의 감시 활동 및 업체들의 정화 노력 강화, 제도적 기반 조성 등 인터넷 음란정보의 범람을 막기 위한 범국가적이고 총체적인 대응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사이버 섹스 중독 진단 항목▼

1.대화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고 이성 ID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긴 밀한 메시지를 보낸 적 있다.

2.사이버 섹스 파트너를 만나고 싶은 감 정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3.성적 환상을 품고 익명으로 장시간 대 화방에 들어가서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

4.성적 자극이나 만족을 얻기 위한 기대 심리를 갖고 사이버 공간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다.

5.사이버 섹스 파트너를 폰섹스나 실제 만남으로 옮겨서 만나려고 시도한다.

6.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온라인 교제를 숨긴다.

7.사이버 공간에 접속하는 것에 대한 죄 책감을 느껴본 적 있다.

8.성적(性的)인 이야기를 하면서 채팅을 하고 채팅 중 자위행위를 한 적 있다.

9.현실에서보다 사이버 섹스를 통한 만 족도가 더 높다.

자료:청년의사 인터넷중독 치료센터

▼건강한 인터넷 참여 기업 -기관▼

▽공동주최사(22개)=동아닷컴 KT KTF 데이콤 하나로통신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드림위즈 영진닷컴 야후코리아 하나로드림 엠파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프리챌 네오위즈 SK커뮤니케이션즈 넷마블 지란지교소프트 에듀박스 인터정보 모비젠 컴트루테크놀러지

▽공동주최기관(6개)=정보보호실천협의회 한국개발연구협의체(CODS) 학부모정보감시단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한국사이버감시단 서울지방경찰청사이버범죄수사대

▽후원(2개)=정보통신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