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 철거에 착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유대인 정착촌 조직인 YESHA회의는 군 트랙터가 예루살렘 북동쪽 요르단강 서안의 네베 에레즈 정착촌에 대한 철거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유대인 정착촌 철거는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의 테러공격으로 양측에서 10명의 인명 피해가 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아카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을 이행하기 위한 첫 구체적 조치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9일 “폭력사태가 평화과정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로드맵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정착촌 철거=요르단강 서안을 포함한 중부지역 군 사령관인 모셰 카플린스키 대장은 서안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2만2000여명의 유대인 정착민 자치기구인 사마리아 주데아 정착촌위원회에 우선 철거 대상 정착촌 15곳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군이 정착민들과 자발적인 주민 소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병력을 투입해 강제로 철거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은 현재 100곳을 넘어서고 있으며 로드맵에 따르면 이 중 2001년 샤론 총리 집권 이후 건설된 60여곳이 철거 대상이다.
철거 대상 정착촌에 사는 주민의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상당수 가옥은 비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샤론 총리는 지난주 회담에서 불법 정착촌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스라엘측은 철거 대상을 일부 정착촌에만 국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측 점령지역에 건설된 160여곳의 정착촌이 모두 철거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대화 시도=아바스 총리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를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조율해 왔다면서 이스라엘측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무장화된 인티파다(민중봉기)를 종식해야 한다”면서 “과격단체들과 대화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마스 이슬람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는 대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애리 플라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과격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