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하는 라디오DJ 이본은 “처음에는 TV에 안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KBS
“가장 힘든 순간은 7시59분이에요. 하지만 일단 방송을 시작하면 어느새 ‘여러분 사랑해요’ 하고 끝내는 나를 발견하죠.”
숨 넘어갈 듯한 웃음과 명쾌한 말투가 인상적인 라디오DJ 이본(31)이 19일 KBS 2FM(89.1 MHz)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이하 ‘볼륨’·매일 오후 8∼10시)의 방송 3000회를 맞는다.
그는 95년 4월 3일 첫 방송 이후 8년 넘게 이 프로그램을 위해 1주일에 사나흘씩 오후 6시반부터 11시까지 스튜디오를 지켰다. 저녁 이후의 사생활은 꿈도 못꾸는 바람에 호주 교포인 남자 친구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노래가 나가는 동안 ‘NRG’ 박명수 등 게스트과의 대화에서 라디오 방송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이본은 “개그맨들의 성실함에 반해 서로 속을 터놓고 지내는 이들이 많다”며 “고생해서 정상에 오른 이는 겸손하지만 운 좋게 성공한 이는 거만하더라”고 말했다.
이본은 청취자와의 교감을 위해 그들의 사연을 직접 챙긴다. 이제는 매일 30~40건씩 들어오는 사연의 첫머리만 봐도 진심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분 사랑해요”라는 마무리 멘트는 이본의 웃음 소리와 함께 ‘볼륨’의 트레이드마크. 방송 첫날 “정신없고 실수도 많았지만,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마무리한 것에 대해 담당 PD가 극찬하자 여태 빼놓지 않고 있다.
탁 트인 웃음소리는 처음에는 ‘부담스럽다’는 청취자들의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이본은 “웃지 말라는 건 나 보고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방송으로 기억에 남는 일은 3년전 ‘볼륨’ 덕분에 맺어진 한 커플. 한 여성이 운전중 ‘볼륨’을 들으며 정신없이 웃다가 남성이 운전하던 앞차에 부딪쳤다. 그 여성이 앞차로 달려가보니 거기서도 이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서로 “‘볼륨’을 듣고 있었나”고 말이 시작된 게 결혼까지 이어졌다.
3000회 특집 방송은 12일 오후 8시 여의도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리며 김건모 보아 이적 김진표 자두 등이 출연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