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독립 요구에 맞서 5월 19일 계엄령을 내린 후 자유아체운동(GAM) 소속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가장 격렬한 전투가 10일 아체에서 벌어졌다. 외신은 이날 하루 정부군측에서만 7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로써 계엄령 이후 군경 희생자는 27명이 됐다고 정부측이 집계했다. 그러나 아체 반군은 수백명의 군경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군 및 아체 주민들은 계엄령 이후 160여명이 숨졌다. 또 80군데 이상의 학교가 반군 소행으로 보이는 방화로 불에 탔다. 현재 아체주에는 육해공군 4만명의 군경이 투입됐으며 5000여명의 반군이 게릴라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는 76년 아체에서 독립 운동이 시작된 후 최대 규모다.
엔드리아르토노 수타르토 통합군사령관은 반군 완전소탕을 지시한 상태다. 영국의 인도네시아 전문가인 레슬리 매컬러프는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 독립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이 지지도 상승을 위해 영토 통합을 명분으로 5월 18일 도쿄에서 열렸던 양측간 평화협상 결렬을 유도한 뒤 군사행동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 보안 당국은 5월 17일 협상 참석차 도쿄로 출국하려던 GAM 대표들을 강제 연행해 협상 의지를 의심받았다.
협상은 이튿날인 18일 결렬됐으며 19일 정부군의 진압 작전이 시작됐다. 앞서 양측은 이미 지난해 말 협상을 가졌으며 아체가 2004년까지 독립 대신 자치정부를 세우며 석유의 70%를 차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아체가 무장 해제하고 정부군이 철수하기로 하는 ‘결정적인 단계’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인도네시아는 테러 세력에 대한 소탕전이 세계적 기류를 이루는 시점에 진압을 감행해 지금까지는 외국의 항의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등은 “이미 수천명이 피란에 나섰으며 정부군이 어린이 등을 초법적인 방법으로 살해하고 있다”며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경고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