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자아이스하키 대표선수와 한국여자아이스하키 대표선수를 거쳐 최근에는 인라인하키 선수로 뛰고 있는 황보영이 연습시간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원대연
탈북자 출신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선수 황보영(24)이 인라인하키 선수로 변신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스틱을 든 황보영이 선글래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얼음판에서는 펄펄 날지만 인라인하키는 아직 초보. 이제 겨우 2주밖에 안됐다. 그가 인라인하키를 시작한 이유는 여름철 체력훈련용. 아이스하키와 차이는 거의 없지만 스톱기술이 약간 다르다고. 이 바람에 자주 엉덩방아를 찧는다는 것.
그렇다고 얼음판을 떠난 것은 아니다. 아이스하키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같은 10분을 타더라도 아이스하키보다는 인라인하키가 더 힘들어요. 덜 매끄러운 곳에서 하니까요. 하지만 둘 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요.”
그는 남녀 혼성 동호인팀인 ‘블랙 나이츠’에서 연습하고 있다. 한국인라인하키협회에서 주최하는 여자대회에 이 팀 소속으로 출전할 생각이다.
“북한에는 인라인하키 대신 롤러하키가 있습니다. 여기처럼 동호인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선수들이 있지요.”
북한의 레포츠 활동은 어떨까.
“북한에는 외국에서 새로 들어오는 레포츠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틀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지요. 축구와 달리기를 많이 해요. 여기처럼 마라톤이 성행하지는 않고 100m, 3000m 달리기를 합니다. 스케이트도 많이 타구요.”
얼음판이 많은 고향 청진에서 틈나는 대로 스케이트를 타는 등 스포츠를 즐겼던 그는 여기서도 마찬가지. 인라인하키 외에도 볼링 배드민턴을 즐기고 남동생과 함께 동네 공원에서 축구도 한다. 올 1월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느라 간호조무사 일도 그만 두었고 현재 별다른 직장이 없지만 낙천적인 성격 덕택에 표정은 여유만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결과를 보고 대표선수 생활을 계속 할 지, 직업을 구할 것인지를 결정하겠습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