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는 10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취임 100일 성과와 행정자치부의 향후 비전’이라는 A4용지 28쪽 분량의 보도 자료를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자료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회부처 주무장관으로서 대구지하철 사고수습, 이라크전 대응 및 화물연대 파업 해결과 같은 국가적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갔다’는 글로 시작됐다.
이어 ‘장관 취임 100일 주요 성과’라는 소제목으로 김 장관이 한 일을 18쪽에 걸쳐 나열했다.
그런데 이 ‘성과’의 상당수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김 장관의 업적으로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주요 성과로 소개한 전자정부의 내실화만 해도 그렇다. 인감증명업무의 온라인 발급, 정보화마을 활성화 등을 성과로 꼽았지만 이는 지난 정부에서 이미 추진하기 시작한 전자정부 시행안에 따른 후속 업무들이다.
또 다른 성과로 내세운 서민생활 침해사범 강력소탕과 국민편익 위주 교통단속 등의 사회질서 확립 또한 굳이 따지자면 경찰청장이 한 일이지 행자부 장관의 업적은 될 수 없다.
한술 더 떠 이 자료는 법적으로 당연히 하도록 돼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매년 해온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도 김 장관의 업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장관 취임 후 실·국별로 추진한 업무를 제출받아 만든 자료”라며 “이전에도 새 장관 취임 후 100일이나 1년에 맞춰 자료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관행에 따랐다는 것이다.
물론 공직사회의 속성상 이 같은 관행을 공무원 스스로가 깨기는 쉽지 않다. 유감스러운 것은 스스로 새 정부의 참신한 장관으로 자부하는 김 장관이 보여준 태도다.
그는 ‘낯 뜨거운’ 자신의 업적 홍보 자료를 결재해 보도 자료로 배포되게 했으며 이날 오후에는 이 보도 자료의 요약본까지 직접 들고 기자실에 나타났다.
이 보도 자료의 마지막에는 행자부의 비전 중 하나로 ‘권위적 경직적 상하관계를 극복, 비효율적 업무 방식과 관행 등의 과감한 개선으로 창의적이고 유연성 있는 조직풍토 조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김 장관이 취임 후 줄곧 해온 다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보도 자료는 40대의 젊은 장관으로 관행 타파를 통한 공직사회의 개혁을 주창하던 그의 평소 말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듯했다.
이현두 사회1부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