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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부자만들기]아이가 원하는 물품 세일기간 이용

입력 | 2003-06-10 18:25:00


“일곱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나와 형을 영화관 앞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영화 상영 전 20분을 보내기 위해 영화관 옆 선물가게에 들어섰다. 나는 8000원이라는 ‘거금’을 갖고 있었다. 당시는 영화 입장료가 1000원에 불과했다. 선물가게에는 한눈에 반해버릴 만큼 마음에 드는 펭귄인형이 있었다. 거침없이 펭귄인형을 들고 난생 처음으로 계산대 앞에 줄을 섰다. 바로 뒤에 형이 서 있어 다소 마음이 놓였다. 내 차례가 되자 점원은 총 8200원이라고 말했다. 펭귄인형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 가격을 몰랐던 것이다. 나는 황급히 주머니를 뒤졌지만 8000원밖에 없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죽을 것 같았고 이를 알아챈 형은 선뜻 200원을 내주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형에겐 내 입장료를 내 줄 돈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형만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영화가 끝나 사람들이 나올 때쯤 나는 펭귄 인형이 영화를 포기할 만큼, 가게에서 창피를 당할 만큼의 가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도 나는 펭귄인형을 간직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된 ‘금융에 눈뜬 아이로 키우기(Raise Financially Aware Kids)’에 소개된 고등학교 교사의 경험담입니다.

영화관 앞에서 두 시간을 처량하게 기다려 본 뒤 펭귄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됐듯 누구나 한번쯤은 순간의 유혹에 빠져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하지만 ‘충격요법’이 아니더라도 합리적 소비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세일기간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원하는 물건을 점찍어 두었다가 30∼40% 싸게 팔 때 사준다면 아이들은 같은 물건을 ‘헐값’에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특히 세일기간을 이용해 절약한 돈을 아이의 저금통에 넣어준다면 아이가 먼저 세일 기간에 물건을 사겠다고 조를지도 모르죠.

벼룩시장 같은 곳도 도움이 됩니다.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다른 이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아이들은 아무때나 물건을 사거나 내팽개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