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백혈병 환자들이 고가의 치료제인 글리벡을 사서 먹을 형편이 되지 않자 인도산 글리벡 카피약을 직접 수입하는 자구책을 선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백혈병 환자들의 이런 행동은 다른 난치병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값싼 카피약을 직수입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필라델피아양성급성림프성백혈병 환자 2명이 인도 나코사로부터 글리벡 카피약인 ‘비낫’을 자가치료용으로 직수입했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특허를 낸 글리벡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면 한 달 약값이 300만원을 넘는 반면 인도산은 한 알에 2달러로 한 달 약값은 35만원이다.
환우회 등은 “글리벡을 사먹을 형편이 안 되는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비낫 직수입이 마지막 선택이었다”며 “환자가 카피약을 직수입하게 내몬 정부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백혈병의 세부 증상은 35종류지만 현재 만성골수성백혈병과 상부의장관암(GIST) 2종류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보 혜택을 받을 경우 환자의 한 달 약값(본인부담금)은 30만원 선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글리벡이 모든 종류의 백혈병에 유효하고 안전한지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백혈병 환자 모두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우회 등은 “국내 필라델피아양성급성림프성백혈병 환자 150여명은 1년 넘게 의사의 처방을 받아 글리벡을 복용해 왔다”며 “모든 환자에게 건보 혜택을 달라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동욱(金東煜·내과) 교수는 “글리벡이 일부 급성림프성백혈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고 환자수도 많지 않은 만큼 하루 빨리 건강보험을 적용시키는 것이 낫다”며 “인도산 카피약은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