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과 김철욱(金哲旭) 시의회 의장, 고원준(高源駿) 상의 회장 등 울산의 유력인사 3명은 자매도시인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장미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5일부터 미국을 방문중이다
각 자치단체가 해외 세일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입 물동량 국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수도’ 울산의 고위인사들이 해외에 나가 시장을 개척하고 자매도시와 교류확대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해외방문이 세일즈와는 거리가 멀고, 또 기관장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워도 될 만큼 지역 사정이 한가하지 않다면 ‘부적절한 외유(外遊)’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하다.
벨기에 카툰사의 사업개발이사 등이 9일 석유화학제품 전문 물류센터 설립 후보지 물색차 울산을 방문했지만 시장과 지역 경제계 수장을 만나지 못했다. 교육비 추경안과 조례 개정, 도시계획 변경안 심의를 위한 시의회 임시회도 이날 개회됐지만 김 의장은 의장석에 없었다.
또 울산시가 각 부처에 요구한 내년도 예산(국고보조사업과 국가시행사업) 1조2583억원 가운데 40%(5038억원)는 삭감된 채 이달 초 기획예산처로 넘어가 심의중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삭감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자치단체와는 달리 박 시장과 김 의장은 현재 기획예산처가 아닌 미국에 있다.
울산 문화예술회관 노조원들이 2일부터 시청 옆에 천막을 치고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은 없다. 오히려 이달 말 있을 대규모 인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대규모 사업장 노조가 다음달 2일 총파업을 돌입키로 하고 당장 11일 오후 울산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울산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움직임도 술렁거리고 있다.
울산의 사정은 이러한 데도 박 시장 등은 미국에서 꽃마차 퍼레이드와 선상만찬을 개최하고 테마파크와 라스베거스를 방문하는 등 대부분의 일정을 이벤트성 관광을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동행한 기업인들도 많았지만 ‘수출상담’ 일정은 아예 잡혀 있지도 않았다.
상황에 따라 일의 순서를 가릴 줄 아는 기관장이 되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