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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과학과 예술 넘나드는 카이스트"

입력 | 2003-06-10 20:58:00


6일 오후 8시 대전 유성구 구성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 태울관. 관람객들이 300여 석을 꽉 메운 가운데 이 대학 학생들의 뮤지컬 공연이 시작됐다.

‘대박의 추억’ ‘닥터 장발장’ ‘츈향뎐’ 등 무대에 오른 3개 작품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거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는 KAIST 학생들의 연극이 맞아?’라는 농담어린 찬사까지 쏟아졌다.

이는 ‘가슴이 따듯한 과학자’를 만든다는 취지로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 KAIST가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뮤지컬 수업의 한 장면. 이 수업은 인문사회과학부 노영해(盧永奚·52) 교수가 1999년 여름학기에 처음 개설해 4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매학기 마다 수강신청이 쇄도해 60명으로 수강인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난 겨울계절학기에는 학점 교류대학인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의 학생까지 몰리는 바람에 72명까지 수강했다.

수업은 뮤지컬 10여 편을 통해 기초이론을 배우고 40여 편의 노래를 익힌 뒤 학기 말에 실제 공연(학점의 50%)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수업 강도가 높은 데도 인기가 높은 것은 수강생이 스스로 주역이 되는 수업방식 때문이다.

이 수업에서 노 교수는 협조자이고 안내자일 뿐이다. 뮤지컬 공연에 대해서도 조언만 할 뿐이다. 노 교수도 공연 제목을 당일에 가서야 알 정도다.

학생들은 한 학기 수업을 마친 뒤 2주 동안 대본을 쓰고 조명 시설을 마련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등 공연 준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운영에 창의적으로 기여하는 새로운 리더십도 익힌다고.

‘닥터 장발장’에 출연한 송익환(宋益煥·20·전기전자공학과 4년)씨는 “무척 힘든 수업이었지만 예술적 감동과 동료애를 만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열정이란 측면에서 과학과 예술은 동일하다”며 “이 수업이 가슴이 따뜻한 과학자들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과학도들과의 감동적인 수업 경험을 모아 최근 ‘뮤지컬 카이스트 클래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