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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시대]부모와 함께하는 10대 재테크

입력 | 2003-06-11 18:16:00


《부족함 없는 자녀교육과 내 집 마련, 그리고 여유로운 노후생활…. 동서고금을 따지지 않고 평균적 시민이 갖고 있는 소박한 꿈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전 세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마땅한 재테크 수단이 없는 셈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선 이처럼 원금마저 까먹는 초저금리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소개한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시의 치과의사인 루이스 바티모(46)는 5월 중순 세 남매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투신운용사인 ‘아메리칸 펀드’에 자녀의 이름으로 ‘529 플랜 계좌’를 만든 것. 자녀의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달 500달러씩 차곡차곡 납입한다.

맏딸 모니카(12)의 자금은 주식형 펀드에 75%, 안전한 채권혼합형에 25% 투자되고 막내 제임스(8)의 자금은 전액 주식형 펀드로 들어간다.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달라 위험자산의 투자비율도 달라지는 것.

바티모씨는 “현재 10만달러 선인 사립대학의 4년간 학비가 막내가 대학에 들어갈 10년 뒤에는 2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미리 준비해야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529플랜’은 미국 중산층 부모들이 요즘 가장 관심을 갖는 자녀를 위한 투자 방법.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에 따라 국세청(IRS)은 최근 세법의 ‘529조항’을 대폭 수정했다. 부모 한 명이 대학 학자금용으로 자녀 한 명에게 최대 11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세금 없이 양도할 수 있고 여기서 운용된 수익에도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

▽정부가 ‘끌어 주고’, 금융기관이 ‘밀어 주고’=실제 미국 금융회사의 ‘자녀용 상품’은 모두 정부의 세제 혜택을 토대로 한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준 돈을 운용해서 생기는 수익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것. 정부의 세금 혜택을 규정한 법 이름으로 금융상품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1월 ‘529플랜’이 효력을 나타내자 판매를 허용받은 투신운용사들은 신상품을 쏟아냈다.

뉴욕주에서는 15개의 투신운용사가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섰고 피델리티는 ‘소형주 펀드’, ‘가치주 펀드’, ‘배당주 펀드’ 등 6개의 국내 주식형 펀드와 3개의 채권형 펀드, 1개의 국제펀드를 새로 만들었다. 프랭클린템플턴도 ‘성장형’ ‘채권형’ 등 5개 펀드를 선보였다.

투자자금도 크게 늘고 있다. ‘529플랜 펀드’로는 규모가 가장 큰 로드아일랜드주 ‘얼라이언스캐피털’의 ‘칼리지 바운드 펀드’로 작년 말 현재 자산규모는 26억달러(약 3조1000억원). 금융조사기관인 ‘파이낸셜 리서치’에 따르면 ‘529플랜’ 자산규모가 가장 큰 로드아일랜드 등 5개 주(州)의 자금 규모는 최근 1년간 29.1∼911.9%나 늘었다.

UGMA(Uniform Gift Minors Act)도 자녀의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 혜택을 준 법안이자 금융상품의 이름. 세법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연간 1만1000달러를 세금 없이 줄 수 있고 일정 운용수익(14세 미만은 750달러)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종합금융회사인 악사(AXA)의 이고 립맨 공인재무사(CFP)는 “중산층 부모라면 정부의 세제혜택을 담은 자녀용 투자 상품에 대체로 한 가지씩은 가입한다”고 말했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상품 선택=자금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도 다르다.

‘교육용 개인연금(IRA)’도 ‘529플랜’처럼 자녀의 교육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 연간 소득이 16만달러 이하(맞벌이 기준)인 부모는 연간 2000달러를 자녀 명의로 투자할 수 있고 여기서 나오는 운용수익도 비과세다. ‘529플랜’과의 차이점은 대학 학자금뿐 아니라 어떤 교육자금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

UGMA를 통해서는 자녀의 ‘재정적 자립’을 도울 수 있다.

앤드루 칸(49·롱아일랜드)은 1994년 둘째딸인 엘리노(9)가 태어난 해 두 딸을 위해 ‘얼라이언스 캐피털’에 UGMA계좌를 만들었다. 각각 1만달러를 증여한 뒤 생일 등 ‘특별한 날’에 5000달러, 1만달러를 넣어 주었는데 지금은 운용수익을 합쳐 각각 8만달러, 6만달러로 커졌다. 가입 이후 투자수익률은 연 6∼9%. 성인이 되기 전엔 해외연수 등에 쓸 수 있고 18세 이후엔 경제적 자립의 토대가 될 수 있다.

10대부터 은퇴자금을 모을 수도 있다. 16세 이후 노동수입이 있으면 노동자만 가입할 수 있는 ‘전통 IRA’나 ‘로스(Roth) IRA’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 이들 상품은 각각 불입금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 주거나 운용수익을 비과세하는 혜택이 있고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교포인 서민수군(18)도 법적으로 노동이 허용된 16세부터 2년 동안 매주 토요일 3시간 동안 아버지의 회사에서 잡일을 돕고 연간 5000달러를 받았다. ‘전통 IRA’에 가입한 4000달러(2000달러×2년)가 연금을 받는 59.5세엔 18만1037달러(약 2000만원)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일 은퇴 전까지 연간 2000달러씩만 불입한다면 90만7800달러의 ‘거금’을 받는다(수익률이 연간 10%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악사의 립맨 CFP는 “만일 운용수익이 비과세되는 로스 IRA에 가입했다면 약 90만달러 가운데 원금(약 8만달러)을 제외한 80만달러가 비과세되는 것”이라며 “세금 혜택이 투자의 큰 유인이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녀를 위한 투자방법들구분자녀가 노동을 할 경우교육개인연금529플랜UGMA전통 개인연금로스 개인연금자금조달원천자녀자녀부모 증여부모 증여부모 증여연간 납입한도3000달러3000달러2000달러11만 달러
(평생지원한도)1만1000달러장점납입금액
소득공제운용수익
비과세운용수익
비과세세금없이 증여, 운용수익비과세세금없이 증여, 일부 운용수익은 비과세(14세 미만은 연간 750달러)가입제한소득이 있어야 하며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가입부모의 연간소득이 16만달러 이하제한없음제한없음운용계좌를 연 뒤엔 펀드 주식 채권 등 자유롭게 투자방법을 선택할 수 있음(단, 일부 실물자산과 외환 등은 금지)주정부가 지정한 투신운용사제한없음자금용도은퇴자금(59.5세 이후)교육자금대학자금제한없음

뉴욕=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英 '어린이신탁기금'이란 ▼

영국 정부는 올해부터 부모의 재산 상태에 따라 갓난아이 1인당 250파운드(50만원 상당)에서 최고 500파운드(100만원)까지 지급한다.

현금 지급이 아니라 어린이신탁기금을 만들어 아이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올 회계연도가 시작된 2002년 9월 이후 출생자가 대상이며, 18세가 될 때까지는 기금을 찾을 수 없다.

기금의 목적은 아이가 성인이 되면 대학등록금, 취업훈련 비용, 주택구입시 보증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기금조성을 통해 저축을 장려하자는 목적도 있다. 현재 영국 대학생들은 졸업시 평균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조사기관인 ‘버진 머니’는 아이를 갖게 될 영국 가족 중 3분의 2가 500파운드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신탁기금이 연 7%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면 18세가 되었을 때 한 아이가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280만원이며, 부모나 조부모가 매월 2만원씩 아이 계좌에 보탤 수 있다면 총액은 1040만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아직 기금의 운용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다.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된다면 주식투자를 통해 7% 이윤은커녕 원금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3억파운드(60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재원 조달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늦어도 2005년까지 기금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최근 밝혔다.

런던=김용기기자 ykim@donga.com

▼美 연령별 재테크 어떻게 ▼

미국에서는 투자를 결정할 때 일반적으로 △언제까지 △얼마의 금액을 모으려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지를 결정한 뒤 구체적인 투자방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10년 동안 연 1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면 연 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채권에 30%, 연 12%의 수익률이 목표인 주식형 펀드에 70%의 투자금액을 넣는 것.

원칙은 투자기간이 길수록 위험을 많이 감수하고(수익률을 회복할 기회가 많기 때문) 목표 수익률을 높게 잡는다.

물론 경제상황에 따라 목표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많지만 목표와 방법을 미리 ‘계획(planning)’한 뒤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르다.

자녀를 위한 금융상품의 구조로 많이 사용되는 ‘연령에 기초한 포트폴리오(Age Based Portfolio)’도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각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연령별 포트폴리오는 다르지만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채권 주식 현금 등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변경한다.

대체로 어릴 때는 주식의 비중을 높여 위험자산의 비중이 늘리고 나이가 들면서 채권 등 안전자산의 투자비중을 높인다.

피델리티투신이 ‘529플랜용’으로 내놓은 ‘연령에 기초한 포트폴리오 펀드’에 따르면 자녀가 18세(대학 입학 연령)에 이르기까지 상품별 투자비중은 8단계로 달라진다.

자녀가 갓 태어났을 때 가입했다면 투자자산의 88%는 주식, 12%는 채권에 투자된다.

나이가 들면서 채권의 비중이 조금씩 커져 3세에는 13%, 6세는 14%, 9세는 22%로 늘어난다. 12?섟?되면 주식(66%) 채권(32%) 현금성자산(2%)으로 구성되며 대학에 입학하기 1년 전인 17세에는 주식(38%) 채권(51%) 현금성자산(11%)으로 바뀐다.

아메리칸펀즈는 6단계로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0∼3세에는 ‘미국 성장형 주식’(30%) ‘글로벌 성장형 주식’(25%) ‘고배당성장형주식’(35%) 등 주식에 90%를 투자하고 채권에 10%를 투자한다. 4∼7세에는 각종 주식의 투자비중을 70%로 줄이는 대신 채권을 30%로 늘리고 8∼12세에는 주식을 50%, 채권을 30%, 현금성 자산을 20%로 조정한다.

13∼15세에는 주식 40%, 채권 40%, 현금성 자산 30%로 주식의 비중을 낮추고 대학입학을 목전에 둔 16∼17세에는 채권 45%, 현금성 자산 40%로 안전하게 운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

뉴욕=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마이너스 금리시대 실전재테크 Ⅱ부-해외편 시리즈 순서 ▼

1. 부모와 함께하는 10대 재테크

2. 외화채권에 눈 돌리는 일본인

3. 입맛에 맞게 고르는 은퇴 후 생활설계

4. 못 믿을 국가, 노후 자금은 내가 직접

5. 나의 사전에 정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