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취재 중 체포돼 2년형을 선고받은 사진기자 석재현씨의 석방을 위한 운동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석씨가 뉴욕 타임스를 위해 일하다 체포되기는 했지만 그가 우리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겪고 있는 고초는 결코 한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석씨는 올 1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배를 타고 한국과 일본으로 밀입국하려던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체포됐다. 자유를 찾기 위한 탈북자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전 세계에 알리려던 그의 노력은 ‘남의 일’이 아니다. 석씨는 우리 국민의 시대적 의무라고 할 수 있는 탈북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위해 앞장섰다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경위로 보더라도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앞장서서 석씨의 석방을 호소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다. 비록 미국인들에 의해 계기가 마련되기는 했으나 이제라도 정부는 물론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 등이 모두 나서 석씨의 조기 석방을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
중국이 인도적 견지에서 출발한 석씨의 행동에 대해, 그것도 세계적인 신문사를 위해 취재활동을 한 기자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린 것은 중대한 실수다. 그런 수준의 언론 잣대로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중국 사법 당국이 취재 중이던 석씨에게 ‘조선족 중국인 밀출국 알선 혐의’를 적용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 당국은 석씨의 구금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국의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 당국에 선처나 요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석씨가 석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외교적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석씨가 한국측에 군사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체포돼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재미교포 로버트 김처럼 조국에 대해 섭섭한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