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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학생 구하려다 숨진 이경종교사 13일 추모식

입력 | 2003-06-11 21:37:00


“이경종 선생님,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없나요.”

울릉도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27년 전 제자를 구하려다 학생들과 함께 숨진 고 이경종(李京鍾) 교사의 ‘교육혼’을 되살리고 있다.

1976년 1월 17일 폭설이 내린 날 이 교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울릉군 북면 천부(天府)에서 배를 타고 도동으로 향했다. 지금은 일주도로가 뚫렸지만 당시에는 읍으로 가려면 눈쌓인 산길을 빼면 배가 유일한 교통이었다.

이날 오후 4시경 천부마을 선창으로 들어오던 6t 가량의 어선 만덕호에는 천부초교 6학년 대여섯명을 포함해 주민 70여명이 타고 있었다. 순간 큰 파도가 몰아쳤다. 몇 번 파도에 부딪힌 나무 배는 산산조각 났다.

당시 35세였던 이 교사는 대구사범학교에 다닐 때 수영선수로 활동했을 만큼 물에는 자신이 있었다. 혼자서는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수영실력을 지녔던 것.

순간 이 교사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을 불렀다. “선생님!” 떠내려가던 아이들의 절규가 귓전을 때렸다. 이 교사는 파도에 휩쓸린 남학생을 데려와 부서진 나무판자에 데려다 놓고 다시 바다로 헤엄쳤다. 또 다른 남학생을 구한 뒤 나무판자를 붙잡고 있도록 했다.

다시 학생을 구하러 간 그는 거친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나무판자를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던 학생 2명도 거센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물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 앞에서 벌어진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정일남(鄭一男·68) 할머니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 선생님께서 먼저 학생이름을 불렀어요. 어디선가 ‘선생님’ 하는 대답이 들렸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바다 쪽으로 헤엄을 쳤습니다. 나무판자를 붙들고 있던 아이들은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겠죠. 한명이라도 더 구하자고 또 바다로 나갔다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교사와 아이들의 시신은 9일만에 근처 바닷가에서 발견됐다. 이 교사가 근무했던 천부초등학교 운동장 옆에는 조그만 비석이 세워졌다. 정씨는 해마다 1월 17일이면 비석에 술잔을 올렸다. 다급했던 순간 이 교사와 학생들이 고함을 지르며 주고받은 말들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이경종교사는 그토록 사랑했던 울릉학생들과 만난다. 울릉지역 교사와 학부모, 학생 200여명은 이날 이 교사의 추모비 앞에 모여 이 교사를 마음껏 부를 계획이다.

천부초등 6학년 허지훈(許智訓·13)군은 “선생님과 선배들이 살아 돌아올 것 같다”며 “선생님 같은 분이 우리나라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모행사를 마련한 울릉교육청 이기선(李基善) 교육장은 “부모형제와 떨어져 울릉도 어린이를 위해 몸을 바친 분인데 그동안 소홀해 죄스러웠다”며 “이 교사의 제자사랑이 이제라도 세상에 널리 알려져 스승과 제자의 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릉=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