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다행이다. 그럼 나, 채용될 수 있는 거네요.”
“조선을 떠나기 하루 전에 이렇게 만난 것도 무슨 인연이겠지. 3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백엔쯤 모으는 것도 꿈이 아니야. 효도하는 셈치고 부모님한테 보내드리는 것도 좋겠지, 부모란 언제까지 살아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 아버지는 내가 열여섯 살 때 죽었어. 진학을 포기하고 쓰쿠후 산에서 석탄 캐느라고 고생 좀 했지. 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좀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해서 한 일이야. ‘효도와 불조심은 재가 되기 전’이란 말 아느냐?”
“아니오.”
“비석에 이불 씌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은.”
“모르겠는데요.”
“부모님 살아 계실 제 효도란 말 정도는 학교에서 배웠겠지?”
“네, 그 말은.”
“부모님 말씀하고 찬술은 나중에야 듣는다란 말도 있지, 너는 아직 술을 못 마셔봤을 테니까 잘 모르겠지만, 하하하하하. 아무튼 내일, 삼랑진역에서 몇 시라고 했지?”
“8시요.”
“그래! 그럼, 내일.”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코는 허리 굽혀 꾸벅 고개 숙이고 강둑으로 올라가는 남자를 배웅했다. 만세! 일자리를 구했어! 그런데 저 아저씨 아주 친절하기는 한데, 설교가 많은 게 흠이네. 하카타까지 가는 동안 저 설교 듣느라고 귀에 못이 박이겠어, 뭐 어때 그 정도야. 나 얼마든지 자는 척 할 수 있으니까, 엄마하고 그 남자가 밤중에 몰래 몰래 하는 거, 나 늘 자는 척 모르는 척 하고 있는데 뭐. 아아, 벌써 캄캄해졌네, 그 남자, 소리 꽥꽥 지르면서 화내겠지, 시집도 안 간 가시나가 밤늦게 돌아다닌다고. 됐어, 괜찮아, 그냥 떠들라고 놔둬, 오늘 밤이면 안녕이니까. 내일 아침 8시면 나, 밀양에 없을 테니까. 앞일은 일하면서 천천히 생각하면 되지, 백엔이면 큰 돈이야, 백엔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어, 잘하면 부산여고에도 들어갈 수 있고, 어쩌면 엄마 그 남자하고 헤어져서 나하고 오빠하고 셋이서 오붓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만세, 만세!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