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조도 강성 노조로 유명합니다. 그렇다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프랑스를 연상할 때 ‘강한 노조’를 떠올리지는 않아요. 그러나 한국은 이미 ‘강성 노조’로 인해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가 커지고 있어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회의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이날 열린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 포럼에는 주한 외국 기업인들이 특별 토론자 자격으로 대거 참석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했다.
이들은 각각 금융 비즈니스 허브 등 5개 분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눈길을 끈 것은 ‘노동 분야’가 별도 분과로 분류돼 있지 않은데도 이들이 한목소리로 노사문제에 대한 우려를 토로한 점.
앤드루 세지워크 애플코리아 대표는 “외국 기업에 매력적인 허브가 되려면 노동을 포함해 모든 부문에서 허브가 돼야 한다”며 “파업을 하고도 월급을 받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태미 오버비 주한 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한국 노조는 전투적 성향 때문에 파업을 할 때마다 늘 CNN에 보도돼 이로 인한 국가 이미지 실추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처방식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때로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노동부 장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는 외국인들을 정말 겁나게(scare)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디트리히 폰 한스타인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가 불법파업을 용인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준법의식이 강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 기업인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의 주장을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사문제에 대한 이들의 솔직한 토로는 이미 국내 노사문제가 외국 기업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 정부까지 노사문제에 일관성 없이 대처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일관성 결여로 도대체 정책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이날 참석한 외국인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투자자들이 생리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또 기업인에게는 노사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그렇다면 두 개가 겹친 ‘노사문제에 관한 불확실성’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싫을까.
그런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인들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