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비리에 항의하며 교내 시위를 하고 수업을 거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에게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되는 만큼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는 어떤 이유로도 학생의 학습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판결로 최근 집단행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전교조 활동에 적지 않는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5부(황현주·黃玄周 부장판사)는 12일 서울 강서구 화곡4동 인권학원 산하 신정여상의 학생 15명과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 34명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교사들은 학생 1명당 100만원, 학부모 1명당 30만원씩 모두 19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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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수업거부와 교내 시위로 당시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학습을 할 수 없어 수업권과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교사들은 금전으로나마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당초 원고측은 1인당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들의 수업거부 등으로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었던 대학보다 더 낮은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학생 1인당 100만원, 학부모 1인당 30만원만 인정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 34명은 2001년 4월 초 재단 전교조 지부 창립기념 및 사립학교법 개정 궐기대회를 열어 재단에 예산 공개 등을 요구하며 학교 현관 앞에서 10여일간 침묵 시위와 피켓 시위를 벌이는 한편 20여일 동안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재단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학부모 15명과 그 자녀 15명은 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학습권이 침해됐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2월 교사 S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교사들의 행동이 학원 비리 의혹을 해소하고 전횡을 막아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지만 교사가 합법적인 절차나 수단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이상 재단 비리가있다 해도 교사들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