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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국민총소득 4년만에 최저]低성장 악순환 장기화 우려

입력 | 2003-06-13 18:32:00


1·4분기(1∼3월) 중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요즘 경제가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는 말이 수치로 확인됐다.

명목 국민총소득은 늘어났지만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소득이 감소하다 보니 저축도 줄면서 총저축률이 8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장기적으로 성장률과 저축률, 투자율이 같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성장 단계로 본격적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작년 1·4분기 중 실질 GNI 증가율은 7.7%였고 연간으로 는 4.9%였다. 당시에는 피부로 느끼는 살림살이가 그만큼 좋았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소비지출은 연간 10.0%나 늘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실질 GN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넉넉한 살림살이’가 ‘빠듯한 살림살이’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경기침체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행은 경기가 2·4분기(4∼6월)에 바닥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교역조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실질 GNI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2·4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 하락을 교역조건 개선이 얼마만큼 상쇄할지는 미지수다.

2·4분기에도 실질 GNI가 감소하면 소비위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소비감소→생산감소→성장하락 등의 악순환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성장엔진이 식고 있다=1·4분기 중 국민 총처분 가능소득(국민 총가처분 소득)은 5.8% 늘었지만 최종소비지출은 6.9% 증가했다.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많다 보니 저축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한은은 적정성장이 이뤄져야 소득이 늘면서 저축도 증가하는데 지금처럼 성장률이 뚝 떨어지면 소득이 감소해도 소비는 변함없으면서 저축만 준다고 분석했다. 소비는 하방경직성을 갖기 때문에 쉽게 줄지 않는다. 한번 늘려놓은 씀씀이는 쉽게 줄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1·4분기 총투자율은 26.1%로 활발한 건설투자 덕분에 작년 1·4분기보다 다소 늘었지만 90∼97년의 35%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총투자율은 외환위기 이후 한번도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인석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저저축-저투자는 같이 움직이며 지금과 같은 모습이 계속되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5%대 적정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