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3일 안전보장회의와 임시각의를 잇달아 열어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하기 위한 ‘이라크부흥지원특별법’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자위대의 이라크파병 기간을 최대 4년으로 정하는 한편 자위대의 임무로 미영 연합군에 대한 수송보급 활동과 인도 및 부흥지원 등을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대량살상무기의 처리를 자위대 임무에 포함시켰으나 자민당 내에서 “미확인 상태인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전제로 자위대 활동범위를 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론이 제기되자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일본의 집권 연립여당은 이달 18일까지인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이라크관련법을 통과시켜 이르면 8월 중 육상자위대 병력을 이라크 현지에 파견할 방침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민주당 등이 “전투지역과 비전투지역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치안상황이 안 좋은 곳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어 회기 중 원안대로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방위청은 이라크에 파견되는 육상자위대에 무반동포와 같은 소형포를 휴대토록 하는 등 무기사용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자위대가 외국에서 대포 등 중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사실상의 준군사활동인 무기 및 탄약수송 임무와 함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위청은 무기사용 기준 완화에 대해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에 대한 습격이 빈발하고 있어 자위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국제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위대는 1994년 르완다 파견 이후 방어목적의 기관총 휴대가 가능해졌지만 외국 영토에서 대포 등의 중화기 사용 권한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한편 일본이 타국의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상정해 자위대의 대응 요령과 민간물자 징발 등을 명시한 유사법제도 6일 참의원 통과에 이어 13일부터 정식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유사법제는 △무력공격사태 대처법 △자위대법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등 3개 법률로 이뤄졌으며 이로써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58년 만에 ‘전시상황’에 대비하는 법제를 갖추게 됐다.
일본 정부는 유사3법의 후속법인 국민보호법과 미군지원법, 자위대행동 원활화법 등을 순차적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