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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 특감 요지]“성공한 대통령인지는 내가 평가”

입력 | 2003-06-14 00:17:00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전국 99개 세무서장 등 국세청 간부 153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불러 특강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개혁추진방향을 자세히 밝혔다.

▽국가 개조하는 개혁 추진하겠다=노 대통령은 국가를 개조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정의하면서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도덕적 신뢰’와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통해 개혁을 이끌어가겠다는 개혁방법론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 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2급수 3급수 헤엄치며 진흙탕을 건너서 지뢰밭을 건너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도덕적 원칙과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다음 대통령은 ‘물장수’(생수공장을 의미함) 하지 말라고 꼭 권유하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의 국정방향과 반대로 가거나 안 가는 사람, 옆길로 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문책만을 얘기했는데 포상은 인사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내게 투자를 해 달라. 분명히 성공한다. 남들이 다 좋다는 데에 따라가 봤자 배당이 적다. 아무도 안 가는 데가 배당이 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언론의 비판 개의치 않겠다=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은 나보고 신문을 보지 말라고 한다. 신문을 보면 대통령이 열 받치고, 분위기도 나빠지고, 혹시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까봐 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신문을 안 보는 게 어렵더라. 요즘은 잘 안 본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언론이 한 번도 잘했다고 칭찬하지 않았다. 노무현에 대해 독불장군이다, 튄다고 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그 사람 왜 정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선 때도) 많은 사람이 타협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성공해 왔다. 노무현 방식이 맞다. 그래서 타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흔히들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하는데 일부 언론이 내가 대통령이 안 되게 온갖 일을 다 했으나 나는 대통령이 됐다. 많은 언론이 비판, 비난으로 흔들겠지만 꿋꿋하게 간다”며 언론의 비판에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다. 여론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성공한 대통령은 내가 평가하겠다. 역사적 평가는 다음에 한다. 내 스스로 양심과 소신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꼭 근절하겠다=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로 서민생활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의지를 갖고 어떻게든 꼭 할 것이며 제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 근절 방안에 대해선 “모든 부동산 거래의 실명거래 자료를 국세행정기관이 확보하고 축적할 수 있게 제도를 먼저 만들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단 1원의 세금을 붙이더라도 실거래가격 자료를 투명하게 구축하고, 이를 통해서 조세저항이 있을 만한 것은 천천히 하고, 별 이유 없는 저항은 과감히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상속-증여세 포괄과세 난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위한 주요 공약의 하나로 내세운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입법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13일 전국 세무관서장 초청 오찬에서 “지난 선거 때 일단 포괄주의를 한다고 했는데 법조항을 만들려고 생각해보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입법의 어려운 점으로 △재산이 늘어난 원인을 밝히기 쉽지 않다는 점 △편법으로 상속받은 주식이 오를 때도 있지만 내릴 때도 있다는 점 △포괄과세를 하려면 과세대상 기간을 나눠야 하는데 이 기간만 피하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김영룡(金榮龍)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어려운 점이 많은 만큼 완전포괄주의 입법에 만전을 기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완전포괄주의 조문을 만드는 작업은 80%가량 진행된 상태”라며 “9월 정기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당수 조세법학자들과 야당이 “완전포괄주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입법상의 어려움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행 세법은 상속과 증여의 유형을 나열해놓고 유사한 행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유형별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완전포괄주의는 법에 열거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인 상속이나 증여에는 세금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