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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철교수의 性보고서]'상상의 性'은 안전한 예행연습

입력 | 2003-06-15 17:34:00


우리는 성(性)을 억압하고 자제해야 한다는 강한 전통적 배경과 금기시하는 풍습을 갖고 있다. 또 성 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배운 적이 없다. 따라서 남몰래 성적 공상을 하는 것은 성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사춘기 남성들은 5분마다 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40대 남성은 하루에도 여러 번 성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의하면 40대 이상 한국 남성의 7%와 여성의 0.6%가 하루 1회 이상 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치(남성 25%, 여성 7%)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일주일에 1~4회 성에 대해 생각하는 한국 남성은 40대의 55.8%, 50대의 40.4%, 60대의 23.7%, 70대의 11.1%, 한국 여성은 40대의 26.7%, 50대의 10.9%, 60대의 5.3%로 조사됐다. 70대 여성의 86.1%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성적 공상은 무료함을 달랠 수 있고 성적 흥분을 제공하거나 고양시킬 수 있다. 또 내적인 긴장감을 풀어주고 시행해보지 못한 성 행위에 대한 안전한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

한 남자 의대생(22)은 성기가 작아 성에 대해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가까이 있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성기가 매우 크다고 하면서 성기의 강력한 힘에 경외감을 표시하는 성적 공상을 했다. 그는 실제로 다른 여성과 있는 동안 이 같은 공상을 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사람은 성적 공상이 실생활의 행동에 나타나거나 혹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병이 든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공상의 내용 대부분이 비윤리적이라고 비난받을 행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상을 하며 불안감에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정신 반응으로 앞으로 정신적 문제나 성적 장애를 가져올 조짐은 아니다.

다만 성적 흥분을 위한 특수한 성적 공상 때문에 실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손상을 주거나 자신의 파트너 또는 상황에 잘 반응할 수 없을 때에는 공상의 스위치를 차단하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세철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