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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비뇨기 질환…한상원 교수

입력 | 2003-06-15 17:37:00

한상원 교수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어린이 배뇨장애 환자의 얘기를 들으며 진찰을 하고 있다.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한상원 교수(46)는 요즘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

그는 이전에도 일 때문에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하지 못했는데 올 3월 연세의료원 기획차장을 맡으면서 오전 1, 2시까지 결재를 끝내고 퇴근하기 일쑤다. 그는 휴일에도 일하며 승용차 안에서도 운전을 하지 않으면 뒷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꺼낸다.

한 교수는 어떤 일이라도 대충대충 넘기는 일이 없다. 수술 뒤 작은 합병증이 생겼을 경우 추가 수술로 해결이 가능한데도 한 교수는 환자의 고통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위에서는 이런 치밀함을 환자를 위한 ‘열린 치밀함’이라고 평가한다. 한 교수는 ‘세브란스 척수 기형 관리팀’의 일원으로 척추 안에 있어야 할 척수가 척추 밖으로 튀어나온 ‘이분척추증’ 환자를 돕기 위해 서울대병원의 의료진과도 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이 비뇨기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밤에 소변을 지리는 야뇨증(夜尿症)이 가장 많다. 고환은 원래 태아 때에 뱃속에 있다가 조금씩 내려와 사타구니 안의 샅굴을 거쳐 음낭에 ‘쏙’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 과정에 문제가 있어 음낭이 빈주머니로 있는 것이 ‘잠복고환’ 또는 ‘정류고환’이다. 또 샅굴은 음낭에 고환이 들어오면 닫혀야 하는데 계속 열려 있어 고환에 창자의 액체가 고이는 병이 ‘음낭수종’. 이 밖에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콩팥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물이 차는 ‘수신증’, 콩팥에서 요관을 거쳐 방광으로 가야할 소변이 거꾸로 향하는 ‘방광요관역류’ 등의 병이 있다.”

―1993년 한 교수가 요도하열이란 질환의 새 수술법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 해 600명의 수술 환자 중 100여명은 요도하열 환자다. 요도하열은 음경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여성의 음핵 모양으로 꼬부라져 있고 소변 길인 요도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아 소변이 음경의 아래 또는 고환에서 나오는 병이다. 이전에는 음경을 펴주는 수술과 요도를 붙이는 수술을 따로 했는데 새 수술법은 이 두 수술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다.”

―어린이 비뇨기 질환자는 언제 수술 받는 것이 좋은가.

“아이는 생후 1년 반 이후에는 자신의 음경이 수술 받는다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낀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생후 6개월에서 1년 반까지 수술 받는 것이 좋다.”

―어릴 적 배뇨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데….

“그렇다. 부모는 아이에게 어릴 적부터 올바른 배뇨습관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여자 아이가 어른의 변기에 앉아 발을 허공에 둔 채 ‘쉬’하면 부자연스럽게 배에 힘을 주게 되고 방광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드시 발판을 마련해 다리를 약간 벌리고 편안하게 소변을 보도록 가르친다. 특히 변비는 배뇨장애의 도화선이 된다. 하루에 한번만 변을 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지만 횟수가 절대기준이 아니며 ‘염소 똥’이라면 대책이 필요하다. 이 경우 패스트푸드를 안 먹는 등 식생활만 해결하면 변비와 함께 배뇨장애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모가 아들의 ‘고추’가 작다고 병원을 찾는다는데….

“실제로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많은 부모는 10세 아이의 음경이 신생아 때 것과 비슷하다고 하소연하는데 원래 그렇다. 음경은 사춘기 이후에 커지는 것이다. 또 비만 아동은 음경이 살 속에 파묻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살을 빼면 문제가 해결된다. 다만 음경의 표피가 모자라 음경이 꽉 조이는 ‘잠복음경’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어떤 부모는 아기에게 ‘자연 포경수술’을 해준다고 잘 때 귀두 피부를 뒤집곤 하는데 이 경우 염증과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표피는 귀두를 보호한다. 포경수술이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어릴 적에는 받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비뇨기 질환 명의 프로필▼

∇최황(58)=국내 어린이 비뇨기과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 척수수막류, 요도하열, 수축방광, 방광요관역류 등 온갖 어린이 비뇨기 질환의 수술법을 개발해 보급했다. 잠복고환, 선천성 신장질환 등을 복강경으로 수술하고 있다. 대한소아비뇨기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최한용(51)=매년 전립샘암 환자 50여명을 대상으로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회음부를 통해 수술하고 있는데 합병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광암의 조기 발견과 관련한 연구로 99년 유럽 비뇨기학회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전이된 신장암의 새 치료법에 대한 연구로 대한비뇨기학회와 비뇨기종양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정문기(49)=1990년대부터 작은창자를 이용한 인공 방광을 만드는 수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콩팥에서 방광으로 가는 길인 요관이 막혔을 때 장의 일부를 떼어내 새로운 오줌길을 만들어 주는 몇 가지 수술법을 개발했다. 녹수회 등 환자모임을 통해 환자에게 따뜻하고 합리적으로 병의 과정을 설명해준다. 명쾌한 강의, 인터넷 시험 등 다양한 강의방식으로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홍성준(48)=지금까지 발표한 논문 100여편 중 절반 이상이 전립샘에 관한 것일 정도로 전립샘암 치료의 권위자다. 98년 전립샘이 커지는 과정에서 극소량이지만 여성호르몬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증명해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최고상을 탔다. 99년 한일 전립샘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황태곤(53)=비뇨기과 질환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분야의 권위자. 신장 질환자 1100여명에게 내시경 수술을 시행했다.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한 이식콩팥절제술, 전립샘암 절제술, 방광전절제술을 시행했다. 국제적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외국 학회에서 강의하는 일도 잦다. 대한비뇨기내시경학회 회장을 지냈다.

▽천준(45)=전립샘암에 대한 암 유전자치료법 개발로 1998년과 2002년 두 차례 미국 특허를 획득하고, 2회에 걸친 미국 내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올해에는 마늘 항암성분을 이용한 전립샘암 치료제를 개발했다. 또 국내 최초로 임상 환자 원스톱 통합치료를 위한 ‘전립선센터’를 개설했으며 최근에는 그동안 버려지던 인삼의 잎에 항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규성(40)=국내 최초로 요실금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바이오피드백, 전기자극 이용 골반 근육 운동법 등을 도입했다. 최근 매년 인공물질을 이용한 수술을 250건 이상 시행하고 있다. 인터페론 감마가 방광의 압력을 줄인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하는 등 배뇨장애 연구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종욱(64)=방광종양과 전립샘비대증에 대한 내시경 수술을 보편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립샘비대증과 각종 비뇨기과 종양의 국내 유병률을 조사해서 발표했다. 미국 뉴욕의 마운틴시나이 의대 교수,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 국제비뇨기과학회 한국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의대 학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마상열(54)=1981년부터 배뇨장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국내 배뇨장애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특히 척추 손상으로 인한 방광 질환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10여년 전부터 인공요도괄약근 설치 수술을 통해 척수 손상 환자들의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고 있다. 92년에는 척수 손상 환자에게 전기자극 사정과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탄생시켰다.

▽이정구(47)=88년 여성의 질을 통해 수술기구를 넣어 요실금을 치료하는 라즈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실시했다. 복강경 요실금수술, 테이프 요실금 수술 등의 시술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2001년 요실금에 대한 체외자기장치료기를 국내 기술진과 공동으로 개발해서 임상연구를 주도했다.

∇우영남(60)=요도하열 수술의 권위자로 절대 진료시간을 어기는 법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고 환자, 보호자들에게 겸손한 자세로 유명하다. 한양대 의대 졸업생으로부터 ‘올해의 스승상’을 2번이나 받았다.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 회장,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 한양대 의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어떻게 뽑았나▼

비뇨기 질환의 베스트 닥터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한상원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내과 교수 55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비뇨기 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한 교수는 “비뇨기 종양 분야와 복강경 수술 분야는 워낙 쟁쟁한 의사들이 많아 표가 분산된 것 같다”면서 “또 어린이 비뇨기 질환 분야의 대가 두 명은 현재 병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추천을 덜 받은 듯하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병원 내 문제로 당분간 환자를 볼 수 없는 이상은 교수도 고른 추천을 받았다. 이 교수는 99년 신동아가 실시한 ‘한국의 명의’ 기획 때 비뇨기과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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