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제도라는 것은 의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다 보니 전문과목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내가 속한 신경과만 해도 뇌중풍, 운동장애 질환, 간질, 말초신경질환, 치매 등으로 전문분야가 나뉜다.
이처럼 전문과목이 나뉘게 되면 진료나 학문의 깊이가 심화하므로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데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전문의가 너무 많아지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낭비적 요소가 있다. 따라서 전문의와 일반의의 비율이 적당히 유지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이런 사실을 예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뇌세포에도 전문세포가 있고 일반세포가 있다. 예컨대 시신경 세포는 시각자극에만 반응하며 청신경 세포는 청각 자극에만 반응한다. 그런데 신경과가 더욱 세분화되듯 이러한 전문 신경세포 역시 더욱 세분화돼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칼텍의 이차크 프리드 교수 팀은 인간의 해마와 편도체 신경세포에 전극을 꽂은 후 여러 가지 종류의 시각적 자극을 주었다. 그리고 어떤 신경세포가 자극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일정한 전문적 자극에만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14%에 이르렀다.
예컨대 신경세포 A는 사람 얼굴을 보여 줄 때만 자극이 되며 다른 시각적 자극에는 전혀 반응을 안 한다. 반면 세포 B는 동물 모습을 보여줄 때만 반응하고 사람 모습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자연 경치에만 반응하는 세포도 있고 집을 보여 주어야 반응하는 녀석도 있다. 즉 우리 뇌의 많은 세포는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도록 전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경세포가 전문화되어 있는 것은 진화에 있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특정한 질병에 대해 전문의가 일반의보다 능숙하게 진료하듯 전문적 신경 세포는 복잡한 뇌의 업무 처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경세포는 이런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뇌는 유연성, 종합성을 함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뇌의 구조를 살펴보면 현재 70%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전문의 비율도 14% 정도로 낮추는 것이 적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김종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