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을 200원 올리는 데 재정경제부가 동의하는 모양이다. 보건복지부의 의견에 따라 올리기로 한 모양인데 네티즌들의 반대가 대단하다. 필자도 옛날 흡연 시절 담뱃값이 올라도 그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인상된 담뱃값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요즈음 네티즌들은 반대 논리를 확실히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세수(稅收) 확대를 위한 인상이라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재경부가 담뱃값을 200원 올리기로 이미 내부적으로 정해 놓고도 복지부로 하여금 일단 1000원 인상론으로 운을 떼게 한 뒤 200원으로 낮추어 인상함으로써 소비자를 봐준 듯한 일종의 ‘짜고 친 고스톱’ 같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 정도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 지금 같은 정보화시대에 이처럼 설득력 없는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아직 싸다. 이곳 호주의 경우도 담배 한 갑에 만원이 넘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담배 수익금의 많은 부분을 흡연율을 줄이는 데 사용한다. 우리의 경우 엉뚱한 곳에 많이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울분을 토로하는 것이다.
이번 인상은 복지부가 건강증진 차원에서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한 것이다. 세수 증대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에 쓰여야 하는가. 흡연자들에게 이번 인상의 목적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인상분은 그들의 건강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흡연자들이 다소 떨떠름해도 억울해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재경부는 이번 인상분을 전액 건강증진기금으로 편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재주는 복지부가 부리고, 돈은 재경부가 먹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복지부는 이번 인상으로 흡연율이 떨어지는 ‘손 안 대고 코 푸는’식의 반사이익만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흡연율은 그리 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 생긴 수익금으로 금연을 유도하는 각종 사업은 물론 건강증진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부’처럼 보이는 복지부가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본연의 과제는 건강증진사업이다. 복지부가 인상분을 재경부로부터 인수받아 그 자금으로 보건소 중심의 건강증진사업을 적극 전개하는 것이야말로 참여정부의 참뜻과 통하는 것이다.
필자가 외국사람들에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한국 정부가 담배사업을 전매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외국에서는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서 금연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가 담배사업을 독점해 수익금을 챙겨 국민의 건강과 무관한 부문에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담배 수익금을 국민의 건강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담뱃값 중 부가가치세와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929원의 기타 세금 중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사용되는 돈은 불과 150원뿐이다. 다른 항목을 줄이고 건강증진기금에 대폭 증액 투입해야 한다. 건강을 볼모로 벌어들인 담배 수익금을 건강증진사업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정말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승욱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호주 커틴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