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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43…아메 아메 후레 후레(19)

입력 | 2003-06-16 18:22:00


큐큐 파파 석류만 벌써 발갛다 수줍어 고개 숙인 소녀의 뺨 같다 누나도 놀리면 금방 얼굴이 빨개졌었는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휘익 휘익 소리개다 안녕! 오오 빙빙 원을 그린다 마치 대답을 하는 것 같다 큐큐 파파 구름이 저렇게 빨리 흐르는 것을 보면 하늘 높은 곳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 텐데 힘차게 난다 큐큐 파파 여름에는 모든 것이 힘차다 수박씨를 퇴 하고 뱉어내면 그 자리에서 쑥쑥 싹이 자라날 것처럼 내 몸도 잡아당기는 중력을 잊고 큐큐 파파 근육 하나하나가 스프링처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내 몸을 앞으로 앞으로 튕겨낸다 큐큐 파파 상실감과 슬픔을 멀리 멀리 떨쳐 보내고 이 노래도 달리는 리듬에 잘 맞네 2절은 가사를 잊어버렸다 소학교 때 배웠을 텐데 하기야 벌써 3년 전 일이니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은 달리기를 그만둘 것인가 큐큐 파파 형의 등을 좇으며 큐큐 파파 그 등을 앞서기만 목표 삼아 열한 살 때부터 계속 달려왔는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 수 없지 형 생각은 그만 하자 삼랑진역에서 되돌아 속도를 올려서 그대로 용두목에 풍덩 뛰어든다 시원함이 근육에 파고들 때까지 몸을 담그고 큐큐 파파 이제 곧 여름방학이 끝난다 숙제도 해야 하는데 여름에는 머리까지 돌 피가 없다 한 차례 수영을 하고 그 다음에는 영남루에서 큐큐 파파 부채를 부치면서 두런두런 얘기하는 노인들의 목소리와 매미소리를 들으며 한 숨 잠을 청하자 큐큐 파파 하늘이 짙푸르러졌다 오늘은 내일보다 더 더울 것 같다 솔 솔 살랑 살랑 솔 솔 살랑 살랑

솔 솔 살랑 살랑 솔 솔 살랑 살랑, 부는 사람에 소녀의 머리에서 동백기름 냄새가 풀풀 날리고 몇 번이나 빗어 내린 단발머리 가르마가 흐트러지고, 가지 말아라 가지 말아라, 란 아랑의 부탁이 귀를 간지럽힌다. 머릿속에서 자물쇠를 채우는 것처럼 철컥 하는 소리가 울렸는데, 소녀는 그 소리를 못 들은 척 두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내렸다. 후욱 하고 한숨을 내쉰 강바람이 소녀의 모습을 전하려고 방향을 바꿔 아랑각으로 길을 서둘렀다. 휘∼잉 살랑 살랑.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