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키재기’란 말이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이 꼭 그렇다.
지난해엔 37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에 오른 조용준(현대)과 탈삼진왕(177개)을 차지한 김진우(기아),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박용택 등 3명이 불꽃튀는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엔 눈에 띄는 루키들이 없다. 다 고만고만한 실력에다 아예 1군에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는 신인들도 많다.
올해 계약금 2억원 이상 받은 상위랭킹 10걸 중에 1군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신인이 무려 6명.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 이들이 나중에 ‘흙 속의 진주’로 밝혀질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아직까진 실망스럽다.
1군에서 그나마 자주 경기에 나가며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은 계약금 랭킹 1,2위인 LG 내야수 박경수와 SK 송은범 정도다. 공수주를 두루 갖춰 유지현의 대를 이을 대형 유격수로 평가받았던 박경수는 사실 기대보다는 못하다.
16일 현재 41경기에 나가 타율 0.217(95타수 18안타)에 1홈런 10타점. 방망이가 생각보다 신통치 않은데다 수비도 선배인 권용관에 비해 한참 떨어지니 주전을 꿰차기엔 역부족이다. 내야 백업요원 정도로 팀에 기여를 하고 있다.
고교시절 동산고 에이스였던 송은범은 이기는 경기에서 마무리 전에 나가는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24경기에 출전해 4승무패 4세이브 5홀드에 평균자책 3.82. 현재로선 신인왕 등극이 유력하다. 140km대 중반의 빠른 공에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그는 잘생긴 얼굴에 두둑한 배짱까지 갖춰 스타성이 있는 투수다. 지난해 김대우(고려대)와 함께 광주일고를 고교최강으로 이끈 기아 투수 고우석도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16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 4.50에 그치고 있지만 중간계투로 요긴하게 쓰인다.
계약금 랭킹 3위(3억5000만원)로 성남고 에이스였던 두산 투수 노경은은 어깨가 고장나 올 시즌 1군게임에 단 한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