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가성 논란…사실규명이 우선 ▼
‘대북 송금 5억달러’와 관련해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그것이 과연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였느냐는 데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비밀 송금의 전후 사정이나 관련자들의 진술, 현대측이 특검에 제출한 자료 등을 보면 비밀 송금과 정상회담의 상관성이 점점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조사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나 전직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서면이나 방문 조사도 괜찮다고 본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남북간 화해와 협력정신을 훼손할 것이라며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내세워 극구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우선 사실관계를 밝힌 뒤 나중에 민족의 미래와 국익을 위한 판단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심영보 주부·서울시 송파구 풍납2동
▼‘통치행위 예우論’사법권 해칠까 걱정 ▼
한국의 정치 관행 중 하나가 대통령 통치권의 무소불위성이다. 이는 사법권의 추락을 가져왔고 대통령의 비리를 감추는 데 일조했다. 국회의 의결로 만들어진 ‘대북송금 특검팀’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대북송금의 총체적 책임을 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만만한 하급자들에게만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북송금 의혹을 파헤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가능케 한 것이 ‘돈’이었고, 햇볕정책의 기조가 ‘일방적 퍼주기’였다면 이제라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예우라는 이유로 조사에 애로가 있다는 말은 듣기에 거북하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대북송금의 진실은 밝혀야 한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못해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면 통치권의 모순을 수용하는 셈이다. 국법보다 우선하는 국익은 없기에, 확실하게 대북송금 수사를 해주길 바란다.
정찬식 전직 교사·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천리
▼남북 효율적 교류 위해서라도 조사 불가피 ▼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상기해 보면 대북 비밀송금 사건 조사의 마지막 관문에 서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교훈이 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사안을 가볍게 보고 어설프게 진실을 덮으려 했다가 국민의 준엄한 질타와 저항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생명력이며 에너지인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대북 송금 문제를 법에 따라 처리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습을 청산하는 용기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의 자괴감만 심화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과 효율적인 교류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사실 규명은 필요하다. 외환위기 당시 국민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 아이들 돌 반지까지 내놓았다. 이제 김 전 대통령이 그 보답을 해야 할 때다. 국민에게 하는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 다음 국익과 법익의 손익계산서는 사법부가 쓸 일이다.
한재복 자영업·서울 양천구 신정동
▼남북 협력 위한 통치행위…조사 實益없어 ▼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정책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햇볕정책’이다. 정권 말까지 뚜렷한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끈기를 갖고 노력해온 것만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 특정기업의 자금을 동원해 불투명하게 사용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통치권자가 우리 민족만의 특수상황인 분단 조국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돈을 사용한 것이다. 이제 와서 전직 대통령을 조사해 사용 의혹을 밝힌다고 국익과 남북관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또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 해도 실제 수혜자인 북한측은 전혀 조사할 수 없는 반쪽조사인 셈이어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인홍 자영업·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알림 ▼
다음주 ‘독자 토론마당’ 주제는 ‘정부 각 부처 내 개혁주체세력 구축’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나와 정신적 가치를 함께하는 조직이 생겨 대한민국을 개조하기 위해 정부 부처 내에 개혁주체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공무원의 자발적 개혁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학계와 공직사회 등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은 공직사회의 ‘정치화’ ‘당파화’를 초래하고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훼손해 국정 표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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