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 대부분은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만들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자 유치와 기술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R&D센터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이 17일 발표한 ‘외국인 투자의 기술이전 효과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98개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연구소 현황, 기술이전 실태, 애로사항 등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70% 이상이 한국에 독자적인 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들 기업은 국내 R&D 환경에 대한 불만 요인으로 △기술력 부족 △연구환경 미비 △자금지원 부족 등을 꼽았다.
특히 우수 고급 인력을 제때 찾기 어렵다는 응답이 37.2%를 차지해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반해 설문 대상 기업들은 대표적인 해외 R&D 유치국인 인도와 싱가포르의 장점으로 ‘풍부한 연구개발 인력’, ‘정부 지원 제도’, ‘시장개방과 규제완화’ 등을 들어 대조를 보였다.
‘토종 한국기업’의 연평균 연구개발비는 24억5000만원(2000년 기준)으로 나타나 주한(駐韓) 외국 기업 연구소(2001년 52억20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근로자 1000명당 연구원 수도 한국이 6.1명으로 핀란드(11.4명), 일본(9.7명), 미국(7.9명), 싱가포르(7.9명)보다 부족했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은 다국적 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조세(租稅) 인센티브 강화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외국기업 참여 보장 등의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최근 국내 기업 연구소 321곳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R&D 허브’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한국이 대만,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주변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기협에 따르면 R&D 인프라 구축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아시아 6개국 가운데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했고 일본과 홍콩이 공동 2위였다. 대만은 한국보다 앞선 4위였으며, 말레이시아가 6위였다.
또 동북아 R&D 허브 구축을 위해 필요한 정부 시책으로 선진국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14.0%)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우수인력 양성(12.3%), 친기업적 환경 조성(10.8%), 전담기구 설치(7.5%)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