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에스닉 스타일. 수영복 및 액세서리 모르간. 모델 김지혜.
2002년 수영복 트렌드는 비키니 기본형 위에 상하의 한 벌씩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이었다.
올해도 이 트렌드는 계속된다. 비키니 위에 상의로는 미니 티셔츠, 하의로는 랩스커트나 반바지 등을 겹쳐 입는 포 피스(four piece)형 수영복은 남부끄럽지 않게 수영장 일대를 활보할 수 있는 차림인데다 몸매의 단점도 가려주므로 특히 30대 이상 여성들 사이에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포 피스라 하더라도 살집을 감추는 대신 과감하게 섹시함을 살린 것이 올 수영복 디자인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스타일리스트 김명희씨(동덕여대 스포츠모델학과 강사)와 함께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수영복 매장에 나온 신상품들과 해외 컬렉션 작품들로 올해 수영복 트렌드를 정리했다.
▼애슬레저 스타일. 수영복 파코라반. 모델 안미선.
▼복고 스타일. 수영복 신발 모자 레니본. 목걸이 모르간. 모델 김주현.
▼스포티 스타일. 수영복 및 선캡 EXR. 모델 이지연.
● 섹시 에스닉
황토색, 갈색 계열의 에스닉풍 디자인들이 유독 더 과감해졌다.
비키니 팬티의 경우 골반과 허벅지가 이어지는 부분을 과감하게 드러낸 ‘프렌치 컷’이 많다. 가슴을 감싸는 브래지어의 크기도 작아졌다. 선탠을 했을 때 안 탄 부분의 면적을 줄이기 위해 어깨선의 스트랩이 점점 얇아지는 것도 ‘섹시코드’로 비춰진다. 모르간, 서스데이 아일랜드 등은 수영복 브래지어와 팬티 이음새 부분에 나무나 밀짚, 금속 소재 장식을 달아 더욱 에스닉한 분위기를 낸다. 키가 중간 이상인 약간 마른 체형에 어울린다.
포 피스가 대세인 국내 수영복 브랜드와 달리 해외 브랜드는 허리선, 배 부분을 과감히 뚫거나 끈으로 주요 부위를 살짝 가리게 하는 등 비키니보다 섹시한 원피스 수영복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지방시와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앞이 배꼽까지 파인 디자인을, 펜디는 적당한 굵기의 스트랩이 가슴과 배를 얼기설기 가로지르는 수영복을 선보였다.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미국판)’은 “올해 수영복의 모티브는 대부분 ‘본드 걸’에서 따온 듯하다’고 평했다. 섹시한 디자인이 많다는 뜻.
● 우아한 복고
복고풍 수영복의 기본구성은 목 뒤에서 끈을 묶게 돼 있는 홀터넥 스타일의 비키니 브래지어, 엉덩이 선 아래까지 밑단이 내려오는 드로어즈형 팬티다. 레니본, 시슬리, 아레나, 엘르, 나인식스 뉴욕 등 여러 여성복, 캐주얼 브랜드들이 다양한 홀터넥 비키니를 판매하고 있다. 이 스타일들은 1960∼70년대 초반 미인대회 참가자들의 수영복 차림을 연상케 한다. 팔뚝, 허벅지 등에 적당히 살이 있고 키가 작은 여성들의 단점을 감춰준다. 홀터넥은 가슴을 가운데로 모아주어 육감적인 멋을 낸다. 드로어즈형 비키니 팬티도 허벅지 살이 튼 것이나 엉덩이가 처진 것을 감추기에 좋다. 도트와 스트라이프 무늬가 많다.
● 활동적인 애슬레저
삼성패션연구소 이은지 선임연구원은 벨트가 달린 타이트한 반바지와 탱크톱 스타일의 브래지어를 함께 입는 캐주얼한 디자인의 수영복이 ‘애슬래틱(athletic)’과 레저의 합성어인 ‘애슬레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리조트용 의상으로도 적당한 스리 피스 또는 포 피스 스타일의 겹쳐 입기 수영복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키니 브래지어 위에 일상복 같은 티셔츠를 겹쳐 입는 디자인이 많았다면 올해는 비키니 브래지어가 슬쩍 들여다보일 수 있도록 망사 소재를 사용한 ‘네트(net) 톱’이 늘어난 것이 특징. 파코라반, 휠라, A6 등에서 선보이고 있다. 검은색과 흰색 등 무채색이 많다. 반바지형 수영복은 엉덩이가 처졌거나 아랫배가 나온 여성에 적합하다.
● 스포티&팝
EXR, 휠라, 아디다스, 나이키 등 스포츠 및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등 부분에 X자 모양의 끈이 교차되거나 옆선에 줄무늬가 있는 디자인을 내놓았다.
스포티형 수영복의 브래지어는 대개 탱크톱 스타일. 가슴이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옆 라인에 스트라이프가 있어 전체적으로 늘씬해 보일 수 있다.
스포티와 더불어 또 하나의 수영복 트렌드는 컬러풀한 만화와 단순화된 그래픽을 소재로 한 ‘팝(pop)’스타일이 많다는 것.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흰색 원피스에 레몬 그림이 그려져 있는 원피스 수영복을, 쿠스토 바르셀로나는 노란색 새가 그려진 수영복을 선보였다. 레노마는 만화를 그대로 수영복에 옮겨왔다.
남성 수영복에서도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더불어 ‘팝 스타일’이 인기다. 삼성패션연구소 이은미 수석 연구원은 “야자수, 열대 꽃무늬 등을 바탕으로 한 ‘하와이안 프린트’ 등 이국적인 패턴과 경쾌하고 강렬하게 컬러를 조합한 제품이 많다”고 정리했다. 허리선이 아래쪽으로 많이 내려간 섹시한 디자인이 늘어난 것도 남성 수영복의 트렌드다.
스타일링= 스타일리스트 김명희, 메이크업= 한지현(부르조아), 헤어=남순(이가자 헤어비스), 장소 협찬=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