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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계 뉴스]‘신성한, 너무도 신성한’ 흑인들

입력 | 2003-06-19 17:43:00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이 신의 역할을 맡은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 코리아


7월11일 국내 개봉될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에서 주인공 브루스(짐 캐리)를 돕는 신(神)은 흑인 배우인 모건 프리먼이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서 흑인 배우 로렌스 피스번은 거의 반신(半神)의 능력을 지닌 전사 모피어스의 역할을 맡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들이 주로 신성한 역할을 맡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흑인 캐릭터의 공통점은 백인 주인공들이 자신의 진정한 능력과 영혼을 발견하는 일을 돕는 것이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모건 프리먼의 도움이 없었다면 브루스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을 뻔 했고,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아니었다면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흑인 캐릭터에 신성한 역할을 더해 ‘매직 니그로 (Magic Negro)'로 만드는 경향은 시드니 포이티어가 ‘흑과 백’에서 토니 커티스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역할을 맡았던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사랑과 영혼’의 우피 골드버그, ‘그린 마일’의 마이클 클락 던컨, ‘배가반스의 전설’의 윌 스미스처럼 백인 주연들이 스스로 풀 수 없었던 문제의 해결을 돕는 흑인 조연들이 줄을 이었다.

‘매직 니그로’의 공통점은 호감가는 역할이긴 하지만 내면은 거의 묘사되지 않으며 백인 캐릭터의 조력자로만 존재한다는 것.

백인 주인공이 구태여 도움을 바라지 않는데도 나타나서 돕는다는 것도 한결같은 특징이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지방 방송국의 브루스가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며 모든 불운이 신의 탓이라고 원망하자 신은 모습을 드러내고 브루스에게 전능한 힘을 준다. ‘패밀리 맨’에서도 거리의 갱(돈 치들)으로 나타난 흑인 수호천사는 월스트리트의 냉혹한 금융전문가(니컬러스 케이지)에게 사랑과 가족의 가치를 깨달을 기회를 스스로 제공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같은 묘사에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극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에리얼 도프맨은 “이들 영화들은 ‘매직 니그로’를 통해 손쉽게 캐릭터와 해피엔딩을 만들어내지만, 실제 서로 다른 인종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 등 문화 매체가 다뤄야 할 현실적 이슈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