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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5년내 ‘묘지대란’ 온다…매년 여의도면적 묘지 변해

입력 | 2003-06-19 18:52:00


인천 강화군은 하점면 창후리에 2000평 규모의 납골당을 짓겠다는 K씨에게 4년째 정식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집단묘지가 60여곳이나 되고 이 중 대부분을 외지인이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납골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양사면 인화리, 양도면 인산리, 불은면 두운리 등 군내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강화군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도 납골당 건립 소문이 퍼지면 지역 주민이 들고 일어나 추가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서울 여의도(8km²)와 비슷한 크기의 국토가 묘지로 없어지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화장 및 납골시설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어서 머지않아 심각한 묘지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묘지면적은 1999년 말 현재 1007km²로 서울(605km²)의 1.65배, 제주도(1845km²)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복지부가 1978년 서울대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추정한 것이어서 정확한 묘지실태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산림청 산하 임업연구원이 최근 위성영상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17년간 수도권에서는 여의도보다 넓은 9km²의 산림이 집단묘지로 변했다. 이런 추세라면 해마다 1.5km²의 산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해마다 24만명 이상이 숨지고 화장률이 38.5%에 그치는 점을 근거로 수도권은 5년, 전국적으로는 10년 이내에 공설묘지와 공원묘지(재단법인 묘지) 등 집단묘지가 완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반대를 의식해 화장 및 납골시설을 적극적으로 늘리려 하지 않고 있다.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지자체는 묘지, 화장장, 납골시설의 수급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 7월 말까지 복지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상당수가 아직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과 대도시일수록 심하다.

현재 가동 중인 화장장은 대부분 개보수가 시급할 정도로 낡은 시설이다. 전국 화장장 45개 중 90년 이후 지어진 것은 6개뿐이다.

화장장 수가 적어 쉬는 날 없이 계속 화장로를 가동하다 보니 과부하에 걸려 고장이 잦은 것도 문제이다. 화장로 1기당 적정한 처리 용량은 하루 1.7∼2건이지만 서울은 4.15건, 인천은 3.94건, 대전은 4.32건이나 된다.

임업연구원의 김외정(金畏政) 산림경영부장은 “매장용 목관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700억원어치 이상의 목재를 수입하고 묘지의 90% 이상이 산림에 자리를 잡아 국토 이용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묘지 발생을 억제하고 화장으로 유도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