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음유시인(吟遊詩人)의 노래와 스페인의 르네상스 가곡 등을 선보이는 이색 콘서트가 열린다. 22일 오후 7시반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소프라노 이춘혜(사진) 독창회.
국내 독창회에서 들을 수 있는 성악곡은 17세기 바로크 후기에서 고전 낭만시대의 작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12세기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이번 연주회의 레퍼토리는 특히 눈길을 끈다. 이춘혜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성악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가톨릭대 교수로 재직 중인 중진 소프라노.
“방랑하면서 시와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음유시인은 중세 유럽문화의 중심이었고 문화 전파자였죠. 독일의 음유시인인 ‘미네징거’는 독일가곡(Lied)의 성립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중세라면 종교가 모든 일상을 지배했던 시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음유시인의 노래는 대부분 온마음을 다 바치는 사랑노래였어요.”
그는 미시간대 재학 중 원전(原典)음악 전문가인 에드워드 파먼티어가 이끄는 얼리 뮤직 앙상블과 협연하는 등 일찍부터 옛 음악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연주회에서 부를 음유시인 노래는 12세기의 베르나르 드 벤타도른이 쓴 두 곡의 연가. 그는 중세 프로방스어로 쓰인 가사의 정확한 발음을 찾느라 프로방스인의 후손을 찾아다니는 등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이번 연주회에는 르네상스시대 스페인 작곡가인 밀란의 작품 두 곡도 기타 반주로 소개된다.옛 노래 외에도 연주회 말미에서 그는 해방전후에 맹활약한 선구적 작곡가 김순남의 ‘산유화’ ‘잊었던 마음’ ‘상렬’등 가곡 세 곡을 소개한다.
김순남의 딸인 방송인 김세원씨가 중세 노래에서부터 선친 김순남의 노래까지 가사 낭독을 맡을 예정.이교수는 김순남의 가곡에 대해 “40년대의 작품에서 아놀트 쇤베르크를 연상시키는 표현주의적 양식이 짙게 드러난다”며 “윤이상보다 10년이나 앞서 유럽 음악계의 신조류를 소개한 선진적 의식의 작곡가였다”고 설명했다.90년 귀국 이래 벌써 열한 번 째 독창회를 갖게 된 그는 난해하기로 이름난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 21곡 전곡을 98년 한국페스티발앙상블과 연주하는 등 학구적인 연주가로 인정받고 있다. 1만∼3만원. 02-780-5054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