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영화배우 임창정이 최근 발표한 10집 ‘바이’(Bye)를 끝으로 가수 생활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임창정은 그동안 음반을 발표하면서 몇차례 비슷한 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 이번 선언이 ‘가수 은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는 “확실하냐”고 여러 차례 물었는데도 정색을 하며 “정말”이라고 답했다.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정규 음반을 내지 않겠다는 겁니다. 음반 제목을 ‘바이’라고 지은 것은 그 때문이고요.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참여할 순 있겠죠. 하지만 정규 음반을 내고 TV 활동을 하는 일반적 의미의 가수 생활은 더 이상 안합니다.”
왜 일까. 그는 1995년 1집 ‘너를 만나게 한 바다로’를 시작으로 8년 동안 10장의 음반을 발표한 ‘중견’이다. 빅히트곡 ‘그때 또 다시’가 담긴 3집이 87만장 판매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9집까지 400만여만장이 나갔다.
“오랫동안 그만두겠다고 생각해왔어요. 대중 음악은 ‘향유하는 것’이라기보다 ‘소비하는 것’이죠. 수용자들이 쉽고 가볍게 즐기니까. 그렇다고 해서 공급자까지 대충대충 만들 순 없어요. 그런데 가요계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TV 무대에 설 때마다 부실한 음향시설이 안타까웠고 무조건 웃기기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집의 타이틀곡 ‘바이’의 가사는 가요계를 떠나려 하는 그의 심경을 대변한다.
‘더 이상 미련은 내겐 없어/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어/그동안 추억 간직하겠어/너에 대한 마음도 간직하겠어’(‘바이’ 중에서)
이 곡을 만든 싸이를 비롯, 그동안 그의 앨범에 참여했던 이경섭 조규만 이현승 최수정 이동원 유건형 등의 작곡가들이 이번 음반의 수록곡을 무료로 선물해줬다. 임창정은 앨범 수록곡중 8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수록곡 ‘소주 한 잔’은 이별한 연인의 안타까움을 담은 발라드. 1년여간 사귀어온 탤런트 오세정과 최근 헤어진 탓인지 그의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술마시고 담배피는 장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며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가 흡연 장면을 삭제하는데 합의해 현재 방영하고 있다.
“데뷔 이후 제대로 쉰 적이 없어요. 지금 촬영 중인 영화 ‘백조와 백수’가 끝나면 영화 출연도 좀 줄일 겁니다. 이제 제 나이도 서른인데 고 김광석씨의 노래처럼 ‘서른 즈음에’ 내 인생을 한 번 돌아보렵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