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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IT업계 "유비쿼터스 SW를 선점하라"

입력 | 2003-06-22 17:54:00


정보기술(IT) 업계에 ‘차세대 사업’ 열풍이 불고 있다.

IT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IBM, 인텔, MS,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의 생존을 위해 차세대 사업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IBM과 HP 등 세계 굴지의 하드웨어 업체들은 컨설팅과 전산망 관리 등 IT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MS와 인텔은 각각 엔터테인먼트와 생명공학 사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KT가 디지털 컨버전스와 디지털홈 등 신사업 공동 추진을 위해 전사적으로 협력키로 제휴해 차세대 성장산업을 둘러싼 선점 경쟁을 예고했다.

▽‘하드웨어 업체가 웬 컨설팅?’=세계 최강의 컴퓨터 업체인 IBM은 지난해 말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합병해 IT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하드웨어 업체에서 컨설팅과 전산관리서비스까지 제공하는 e비즈니스 업체로 변신하기 위한 시도였다. 하드웨어 사업만으로는 미래 시장에서 승산이 적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IBM은 이에 따라 인포믹스, 크로스월드, 메타머지 등 7개 소프트웨어 업체를 사들여 소프트웨어 사업 역량도 강화했다. 하드디스크(HDD) 사업을 일본 히타치에 매각하는 등 비핵심 하드웨어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중 하드웨어 부문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IT서비스 금융 컨설팅 등에서 올렸다.

▽인텔과 MS의 경우=인텔은 10년 뒤 주력사업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아닌 생명공학과 건강관리 서비스 분야에서 찾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부사장은 지난해 말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집안에 설치된 반도체와 센서칩을 활용해 네티즌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처방을 내리는 건강관리 서비스는 인텔의 미래 주력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이를 위해 위치인식센서, 노인성 질병 치료제, 혈관 속에 넣는 반도체 등 분야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선보인 게임기 ‘X박스’의 가격은 200달러대. 그러나 한 대가 팔릴 때마다 MS는 125달러씩 밑진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게임산업의 미래를 확신하기 때문. 이 회사는 X박스 마케팅에 5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MS는 최근 열린 E3 게임쇼에서는 X박스용 노래방 소프트웨어인 ‘뮤직믹서’를 선보여 가족 오락생활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심을 과시했다.

▽네트워크 업체를 꿈꾸는 소니=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은 최근 “네트워크가 소니를 상징하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전, 음악, 게임 등 기존의 사업에 이어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니는 이에 따라 전자와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3개 사업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는 경영구조 개편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사의 디지털 기기에 네트워크 기능을 넣는 것도 이 때문이다. TV를 비롯해 PC, 휴대전화기,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개인휴대단말기(PDA), 플레이스테이션 등 소니의 제품은 서로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거나 초고속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다.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콘텐츠 사업의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같은 변신으로 가전시장에서 소니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란 비판도 따른다. 그러나 소니코리아 이명우 사장은 “모든 정보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대중화되면 이 같은 전략은 워크맨 신화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하는 한국 기업=“하드웨어 업체들의 과거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가 비판한 내용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삼성전자의 활약상을 소개하면서도 메모리, 액정표시장치(LCD), 디지털가전 등 하드웨어에만 치중하는 사업구조를 약점으로 지적했다. 후발업체의 추격이 거센 하드웨어 사업은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아 미래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

KT와 SK텔레콤 등 한국을 세계 최강의 통신인프라 강국으로 이끈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등 시장이 포화조짐을 보이면서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이 시급해진 것. 삼성전자와 KT의 제휴는 두 회사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통신서비스를 합쳐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급변하는 글로벌 IT 시장에서 ‘선진기업 따라하기’ 전략으로는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며 “차세대 사업발굴은 한국 기업들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