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출혈성 대장균에 집단 감염돼 최근 어린이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같은 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전국에 10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보건원은 최근 집단 감염 증세를 보인 경기 S재활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균 분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17명에게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4세 남자 어린이는 20일 숨졌고 14세 어린이는 중태다. 그러나 나머지 원생 14명은 현재 별다른 증상이 없는 상태다.
보건원은 경기지역의 다른 어린이 1명에게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지만 감염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보건원은 전국 28개 소아과를 대상으로 감시체계를 가동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를 파악한 결과 서울 4명, 경기 5명, 충북 1명 등 10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용혈성 요독증은 신장(콩팥)이 제 기능을 못해 요산이 배출되지 않으면서 사망에까지 이르는 병으로, 콩팥 기능을 손상시키는 장출혈성 대장균이 주요 원인의 하나여서 이 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양평군의 8세 남자 어린이가 9일 용혈성 요독증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15일 사망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이 의심되고 있다.
보건원은 “집단급식소와 식품업체는 우유나 유제품을 멸균 처리하고 쇠고기도 섭씨 70도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해 조리해야 한다”며 “피부 접촉을 통한 2차 감염을 막으려면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오염된 음식물과 식수,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는 제1군 법정전염병으로 치사율은 유아 10%, 노인 50%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 한 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고 2001년과 지난해에는 11명과 8명의 환자가 각각 발생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