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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공산당 "자본주의체제內 개혁"

입력 | 2003-06-22 18:59:00


일본 공산당이 당의 이념과 정치노선 등을 명시한 강령(綱領)을 42년 만에 대폭 손질해 사실상 사회주의 혁명노선 대신 자본주의 내 개혁을 추구하고 나섰다.

당 중앙위는 21일 총회를 열고 당의 기본 방침 및 자위대와 천황제 등에 대한 새 견해를 담은 당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새 강령은 당내 논의를 거쳐 11월 당 대회에서 공식 결정된다.

▽강령 변경 내용=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 제국주의와 일본 독점자본주의를 타파하고 노동자계급 중심의 사회주의 혁명을 이룬다’는 현 강령은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민주적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크게 달라진다. 물론 최종적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체제 실현을 지향한다는 본질적인 부분은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 중심의 노선이 한층 강화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독자성을 잃고 보통 정당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이제까지 폐지를 주장해온 준군사조직인 자위대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 9조(군대보유 금지)를 완전 실현한다’는 표현으로 완화해 사실상 현 상태를 용인했다. 또 천황제에 대해서도 ‘현행 헌법상 기관임을 인정’한다고 표현해 ‘군주제는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종전 견해와 큰 차이를 드러냈다.

목표로 하는 정부 형태도 현 강령은 ‘혁명정부’이나 새 강령은 ‘민주연합정부’로 변경돼 야당과의 연합 가능성의 길도 열어놓고 있다. ▽배경과 전망=1961년 채택된 공산당강령은 그간 네 차례 수정됐으나 대폭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냉전체제 붕괴 후 지지자가 크게 감소해 당의 생존을 위해 정치노선과 이념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등으로 최근 공산당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나빠져 당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세(勢)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공산당은 1998년 참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 820만표를 얻어 역대 최다 지지표를 획득했다. 하지만 2001년 선거 때는 430만표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원 역시 감소세로 1990년 50만명에서 지금은 40만명으로 줄었다. 한국에도 지국 개설 의사를 전달한 바 있는 당기관지 ‘아카하타(赤旗)’의 구독자도 한때 300만명에서 현재는 180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 같은 당세 약화 때문에 당 강령을 대폭 개정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22년 창당된 일본공산당은 일제와 미 군정기를 거치며 한때 해체 위기를 맞았으며 무장투쟁노선을 놓고 당이 분열됐다. 현 일본공산당은 폭력혁명론은 지지하지 않으면서 개헌론 등 보수 우익화 움직임이 강해지면 견제하는 중심역할을 해왔다. 현재 중앙위 후와 데쓰조(不破哲三·73) 의장과 시이 가즈오(志位和夫·49)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다. 두 사람은 97년 이후 일련의 유화정책을 펴왔다. 이번 강령 개정은 시이 위원장의 방한 성사 여부와 관련해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공산당 강령 변화 내용현재 강령(1961년 채택)내용새 강령(안)미국 제국주의와 일본 독점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 실현당 기본방침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자본주의 틀 안에서 가능한 민주적 개혁혁명정부목표하는 정부민주연합정부군주제 폐지, 국회를 최고기관으로천황제헌법상 제도로 인정. 존폐는 국민 총의로 결정군국주의 부활에 반대, 해산해야 자위대국민합의로 헌법 9조(군대보유금지)의 완전실현

자료:아사히신문 등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